[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일본 아베 내각 각료 2명이 패전일인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을 합사해놓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해 우리나라와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상과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납치문제 담당상이 오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 초당파 의원 연맹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90여명도 신사를 참배해 지난 198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의 의원이 신사 참배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 대만에서 15일 열린 반일본 시위(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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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신사를 참배하지는 않았지만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특별보좌관을 야스쿠니에 보내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명의로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공물료를 사비로 봉납했다.
하기우다 보좌관은 “전쟁에서 희생된 영령들에게 존숭(尊崇·우러러 존경하다)의 뜻을 갖고 애도를 (대신) 표하고 오늘 참배하지 못한 것을 사죄해 달라”는 아베 총리의 전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참배를 강행하지는 않았지만 공물료를 봉납함으로써 자신의 지지기반인 일본 보수층에게 체면을 세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세계 곳곳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상 규명과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는 한국과 일본 교포 등 70여명이 참가한 위안부 기념일 침묵시위가 벌어졌다. 일본을 비롯해 대만, 캐나다, 필리핀, 미국,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 세계 9개국 16개 도시에서도 일본의 위안부 사죄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제히 열렸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 등은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 할머니 진혼제 등을 크게 보도하며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일본을 크게 비판했다.
| 14일(현지시간) 위안부 첫 기념일을 맞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앞에서 침묵시위가 벌어졌다. 한국계.일본계 교포와 일반 독일 시민들이 위안부 할머니의 사진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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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일보는 15일자 사설을 통해 “일본 관방의 사죄 목소리는 갈수록 약해지는데 ‘귀신참배’ 바람은 갈수록 맹렬해진다”며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한 독일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도 비겁하고 안하무인이다”라고 비난했다.
또 이날 민주당 이상민, 문병호 의원 등은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지만 접근을 봉쇄당하고 이 과정에서 일본 우익세력, 경찰 등과 몸싸움을 벌이다 옷이 찢어지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