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성폭행·성고문 있었다"…정부 조사서 첫 공식확인

공동조사단, 성폭행 피해사례 17건 등 확인
피해자들 "군복만 보면 힘들다" 트라우마 호소
국가의 공식적 사과 표명 및 재발방지 등 촉구
  • 등록 2018-10-31 오전 8:11:54

    수정 2018-10-31 오전 8:11:54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출범 합동브리핑에서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이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다수의 성폭행 피해 사실이 정부 공식 조사에서 처음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여성가족부, 국방부가 공동 구성·운영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총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 및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성고문 등 여성인권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31일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지난 5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의 증언이 나온 것을 계기로 지난 6월부터 10월 말까지 5·18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발생한 여성인권침해행위 전반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공동조사단은 △피해 접수·면담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 검토 △5·18 관련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중복된 사례를 제외하고 총 17건의 성폭행 피해사례 등을 확인했다.

성폭행의 경우 시민군이 조직화하기 전인 민주화운동 초기(5월 19~21일)에 금남로와 장동, 황금동 등 광주 시내에서 대다수 발생했다. 피해자들의 나이는 10~30대였으며 직업은 학생, 주부, 생업 종사 등 다양했다.

피해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총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다수(2명 이상)의 군인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 “정신과 치료도 받아봤지만 성폭행 당한 것이 잊히지지 않는다” 진술하며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조사단은 성폭행 외에도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시위대, 상무대 등에 연행·구금된 피해자 뿐 아니라 학생, 임산부 등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성인권침해행위도 다수 발견했다.

이에 공동조사단은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지원을 위해 △국가의 공식적 사과 표명 및 재발방지 약속 △‘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건립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 분위기 조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절차 마련 등을 제안했다. 또 가해자(또는 소속부대) 조사와 관련해 △5ㆍ18 당시 참여 군인의 양심고백 여건 마련 △현장 지휘관 등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향후 출범 예정인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관할 예정이다. 위원회 출범 전까지는 광주광역시 통합 신고센터(062-613-5386)에서 신고 접수를 받으며 인권위 피해자 면담조사 및 여성가족부의 피해자 상담 지원도 이어 나갈 계획이다.

공동조사단장인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번 조사는 그간 사회적 논의의 범주에서 소외됐던 5·18 관련 여성인권 침해행위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처음으로 진상을 조사하고 확인했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지금까지도 피해 기억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모든 피해자분들께 위로와 사과를 드리며 앞으로도 진실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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