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알바 청소년 90.2% "돈 떼였다".. 임금체불 185억 탄식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예식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이 임금 체불을 빈번히 겪고 있는 것으로 청소년유니온 실태조사 결과 드러났다.

호텔·웨딩홀·연회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이 임금 체불을 빈번히 겪고 기본적인 처우조차 보장받지 못해 열악한 ‘노동 사각지대’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유니온·청년유니온·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들이 많이 종사하는 호텔·웨딩홀·연회장에서 근로기준법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해당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서울·경기·인천의 만 15~21세 청소년 120명(유효표본 평균나이 17.76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예식장 등의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청소년 74.2%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일했고 법정 최저임금도 못 받은 청소년이 17.6%에 달했다. 유급휴일수당을 받지 못한 청소년은 90.2%,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를 했지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청소년은 88%나 됐다. 유급휴일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발생한 이들의 임금 체불액은 185억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청소년이 67.4%에 달했지만 이들 대부분(75.3%)은 참고 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 과정에서 재해를 당한 청소년도 31.9%로 적지 않았지만, 대다수 청소년(68.4%)이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했다. 응답 청소년 82.9%가 근무시간 대부분을 서서 일했고 몸이 아프더라도 절반 이상의 청소년(61.9%)이 출근을 했다.

청소년유니온 조합원인 유수정(17)씨는 “호텔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은 저와 같은 알바에게 전혀 해당되지 않는 얘기였다”며 “매번 일을 할 때마다 준비시간이라는 명목으로 원래 일한 것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에 해당하는 임금을 떼였으며, 주휴수당이나 연장수당은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임금이 늦게 지급되는 일 역시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유씨는 “정직원들은 반말을 했고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채 일을 시키고 실수를 하면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하냐’며 노골적으로 무시했다”며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청소년을 아르바이트로 받아주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 의원과 이들 단체들은 공동성명에서 “매년 방학 기간에 실시하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 연회장 업종은 항상 제외돼 있고, 많은 청소년들이 연회장에서 임금을 떼이면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호텔·웨딩홀 연회장들은 청소년 착취를 중단하고 그들을 정당하게 대우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연회장 알바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