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야당연합이 총 150석에 달하는 하원 의석 가운데 88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노동당은 57석을 얻는 데 그쳤다. 나머지는 녹색당(1석), 캐터호주당(1석), 무소속(1석)과 미정(2석)이었다. 호주 총선에서 승자와 패자간 의석 차이가 30석 이상 차이 나기는 1996년 자유당이 당시 집권당이던 노동당을 94대49라는 압도적 차이로 누른 이후 처음이다.
노동당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를 당 대표에서 몰아내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러드를 ‘구원투수’로 투입했지만 기울어진 대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호주 주요 매체들은 호주 유권자들이 경기침체, 탄소세 도입, 불법 이민자 급증 등에 염증을 느껴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고 해석했다.
탄소세는 중국발(發) 광산붐 덕에 호주경제가 호황을 누린 지난해 7월 줄리아드 길라드 전 총리가 도입한 것으로 500대 탄소 배출 대기업에 톤(t)당 일정액의 탄소세를 내도록 한 세금이다. 300억 호주달러(약 30조원)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세금 증가분이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돼 호주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탄소세를 폐지하면 세금감면과 함께 경기부양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야당연합은 기대하고 있다.
애벗 대표는 시드니 포시즌 호텔에서 승리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겠다”며 “공약했던 대로 탄소세를 폐지하고 불법 해상 난민을 봉쇄하며 흑자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외교·통상 분야에서 아시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아시아 중시 정책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벗 대표는 지난 4일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총리가 된다면 첫 방문지는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한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중국과 일본, 한국은 호주가 수출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절반을 수입하는 우리의 3대 수출국”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과 호주 양국간 현안 중 하나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자유·국민 연립집권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