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 지킴이]②"폐기직전 김밥·초밥만 8개월 먹었죠"

"소비자 기만한 식품도 불량식품"
이경택 이마트 품질관리팀장 인터뷰
  • 등록 2013-07-23 오전 10:43:37

    수정 2013-07-23 오후 1:48:17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식품안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유해한 성분이 없다고 안전한 식품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맛가루 논란이 일자 무려 1300개의 반품이 들어왔습니다. 식약처가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소비자들은 그래도 불안한 겁니다. 눈높이가 과거와 다르다는 얘기죠. 이젠 식품의 유해성 못지 않게 건전성이 중요합니다.”

이경택(41·사진) 이마트(139480) 고객서비스본부 품질관리팀장은 식품안전의 기준이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해물질이나 방부제 등이 없다고 안전한 식품이라는 생각은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가령 4년근 홍삼을 6년근 홍삼이라고 팔았어요. 홍삼이라 몸에는 해롭지 않겠죠. 하지만 소비자를 기만한 상품이기 때문에 불량식품이나 다름없는 겁니다. 적어도 우리 기준에선 그래요.” 이마트는 최근 맛가루 논란이 일자 불량재료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 전량을 매장에서 뺐다. 납품업체가 항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팀장은 “우리와 협력사의 거래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신뢰”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식품 건전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만 12년동안 품질관리업무를 맡았다. 이마트 내에서 손꼽히는 식품관리 전문가다. 올해는 또 하나의 진전을 이뤘다. 이마트는 여름철 온도에 따라 식품의 판매시간과 판매품목을 제한하는 ‘3단계 식품안전지수’를 도입했다.

“전국의 낮 평균 온도가 36℃ 이상 올라가면 9개 품목의 판매를 중단합니다. 사실 최근 3년간 36℃를 넘은 날은 이틀밖에 안돼요. 예전방식 그대로 여름철 위생관리를 해도 별 문제는 없죠.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도 기상이변이 심심찮게 일어나잖아요. 그런 일이 발생할 때 이마트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미리 정해둔 것입니다. 일종의 위기대응전략을 세운거죠.”

이 팀장에게도 고민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여름철 김밥 판매시간을 6시간으로 늘렸다. 종전에는 만든지 4시간이 지나면 폐기했지만, 김밥만 제조하는 공간을 따로 두고 작업자 외 출입을 금하는 등 위생관리를 강화한 뒤 내린 결정이다. 이마트는 세균 증식 테스트를 실시해 여기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도 솔직히 걱정되더라고요.” 이 팀장은 멋쩍게 웃었다. 그 뒤 그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퇴근길 매장에 들러 판매종료를 앞둔 김밥과 초밥만 골라 사먹었다고 한다. 자신을 상대로 또한번 실험한 것이다. 그렇게 8개월을 한 뒤에야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이경택 팀장은 “소비자들 앞에 당당하고 떳떳한 제품을 팔고 싶었다”며 “안전하고 투명한 식품관리제도를 운영하는 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내게 맡겨진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식품안전 지킴이]①이마트, 30도 넘으면 깁밥·초밥에 '경고 스티커'
☞ [식품안전 지킴이]③이마트 카트도 바꿨다
☞ [식품안전 지킴이]④"불시점검, 이젠 면역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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