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애신의 집’에서 만난 1025마리의 유기견을 소재로 5년간 1025마리의 개를 목조각으로 제작·발표했던 작가 윤석남씨(70). 그가 개를 소재로 다시 개인전을 연다. 4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는 약 350마리의 개 목조각이 전시 중이다. 갤러리 본관에는 지난해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시 ‘윤석남-1025-사람과 사람 없이’에 선보였던 작품을, 신관에는 새로 제작한 목조각 작품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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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작품들은 ‘108마리의 나무-개들’ 연작의 일부이다. 아직 108마리를 모두 완성하진 않았다. 80점 정도 제작했는데, 그중 40여점의 나무-개들이 설치됐다. 지난해 전시에서는 고통 받고 학대 받은 개들, 이로 인해 몸에 상처를 입은 개들 등 현대문명과 인간의 이기심에 희생된 개들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는 저승으로 간 개들, 환생을 기다리는 개들을 새로 추가했다. 그래서 죽은 개들은 자개로 장식된 화려한 날개를, 때론 울긋불긋한 연꽃 날개를 달고 있고 화사한 꽃, 촛불과 함께 설치돼 있다.
이번 전시는 핍박 받는 개들을 위한 진혼제의 성격을 갖는 셈이다. 사실 작가는 지난해 가을 1025마리의 나무개를 만들어 전시한 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마음에 풀지 못한 감정이 남았기에 작업실에 틀어박혀 나무-개를 만들었습니다. 환생을 모티브로 작업하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러나 개들에게 충분한 위로란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전시가 발단이 되긴 했는데, 앞으로 풀어야 할 작업이 더 많네요.”
나이 마흔에 미술을 시작한 후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자각과 여성의 내면을 소재로 한 회화와 설치작품을 발표해왔기 때문일까. 자신의 작품이 페미니즘 미술의 틀로 해석되는데 대해 거부감이 없다. “페미니즘 작가라고 영역이 단순화되거나 굳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발굴·연구에서 작품화하고 싶어요.” 관심은 항상 ‘페미니즘’이다. 5년간 나무-개 작업에 몰두하느라 전시활동을 줄였던 작가는 올 6월에 부산에서, 9월에는 일본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