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맛보기] 반기문 대선 필패론과 도올 김용옥의 천기누설?

김용옥 교수 최근 CBS라디오 인터뷰서 반기문 필패론 거론
“차기 1순위 반기문, 박근혜 후광으로 나오면 아주 불리하다”
2017년 대선 뉴패러다임 필요…과거 정치권력 배경으로는 어렵다
  • 등록 2016-09-14 오후 12:00:00

    수정 2016-09-14 오후 12:00:00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반기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차기 대선에) 나온다 한들 그 사람은 정치력도 없고 힘들어요. 아주 불리하다. 오히려 반기문이 나온다면 야당에는 굉장히 좋은 기회죠. 내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예를 들면 남경필이라든가 유승민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을 카드로 내놓으면 반기문의 한 1000배 세죠.”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최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필패론을 거론했습니다. 다소 의아합니다. 반기문은 지난 5월 방한 이후 여야 차기주자 지지율에서 늘 1위를 달렸습니다. 가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차범위 이내의 초접전 양상으로 추격하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여야를 통틀어 가장 막강한 차기주자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특히 혜성처럼 등장한 반기문은 여야의 차기 지형을 송두리째 뒤흔들었습니다. 기존의 문재인 vs 안철수라는 차기 대선 양강구도는 반기문 vs 문재인 구도로 급속하게 재편됐습니다. 또 여권 차기 경쟁 구도로 1강 다약 구도로 변모시켰습니다. 특히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김무성, 오세훈, 김문수, 유승민 등 기존 차기 주자들과 반기문의 경쟁력 차이는 어머어마한 수준으로 벌어졌습니다. 여권의 차기주자는 해보나마나 반기문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반기문 대망론’은 상당한 세력을 얻었습니다.

◇도올의 진단 “중국은 모택동·등소평…한국은 이승만·박정희”

상황이 이런데도 시대의 석학으로 불리는 김용옥은 왜 반기문 필패론을 단언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반기문이 대선에 나선다 한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김용옥은 2017년 차기 대선의 경우 역대 대선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고정관념의 기존 대선주자가 아닌 뉴패러다임을 갖춘 지도자가 나와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김용옥은 중국 정치사를 인용하면서 이를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중국의 정치 지도자는 두 사람밖에 없습니다. 주인공은 모택동과 등소평입니다. 나머지 후진타오까지는 모두 등소평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게 김용옥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시진핑의 경우 모택동, 등소평 패러다임과 무관한 새로운 사람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분석을 한국에 대입하면 우리나라 정치사에는 이승만하고 박정희밖에 없다는 게 김용옥의 인식입니다. 전두환과 노태우의 경우 박정희의 아들로 불리는 사람이고 김영삼·김대중은 박정희의 안티테제로 빛을 본 사람, 노무현은 박정희의 아들인 전두환의 안티테제로 청문회 잘해서 된 사람, 이명박은 박정희 개발독재의 아주 마이너한 산물의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박근혜까지는 완벽한 이승만 패러다임의 그 선상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뉴패러다임 없이 과거 정치적 권력 배경으로만 대선 나오면 100패”

김용옥은 2017년 대선의 경우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 남경필, 원희룡 등 누가 됐든 전부가 자기의 정견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새롭게 어필해야 되는 사람이지 과거에 정치적 권력을 백그라운드로만 해서 대선에 나오면 100패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반기문이 박근혜의 후광을 업고 나오면 야당에 굉장히 좋은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남경필이나 유승민 카드가 반기문보다 한 1000배 세고 그 카드가 야당에는 쥐약이라는 겁니다.

김용옥의 전망은 어느 정도 타당합니다. 대선후보나 대통령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경우는 없습니다. 역대 대선후보를 보면 현직 대통령이 밀어서 이른바 꽃가마 타고 비단길을 거쳐 대권을 거머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같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강력한 권력의지로 치열한 내부 투쟁도 거쳤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모두 예외는 없습니다. 하나같이 대권을 쟁취하기까지는 천신만고의 우여곡절을 경험했습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이라는 미증유의 외교안보적 환경 속에서 오히려 반기문의 장점과 경쟁력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쉽지 않겠지만 반기문 주도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낼 경우 그의 가치는 더욱 돋보일 수 있습니다. 만일 그가 대권에 욕심이 있다면 올해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한반도 문제의 진전을 위해 뛰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치적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본다면 반기문이 북한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애를 쓰지 않을까요?

반기문이 박근혜의 후광으로 대선에 나올 경우 필패라는 김용옥의 전망은 천기누설일까요? 아니면 섣부른 추측에 불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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