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 투자, 펀드보다 자문랩이 더 잘했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운용사가 펀드보다 랩 운용을 더 잘했다?`

어불성설인 것 같지만 지난 1년 운용성과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세이에셋자산운용이다.

세이에셋운용은 오랜 기간 가치주 투자에서 명성을 쌓아 왔다. 하지만 지난 1년 어려운 시장을 겪으면서 전공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펀드보다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수익률이 더 좋았다.

11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국내 한 대형 증권사의 주요 자문형 랩 수익률 자료(표 참조)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세이에셋운용의 자문형 랩은 무려 14%의 플러스 수익을 냈다. 절대치로도 선방한 편이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가 11.3%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이다.

게다가 이는 같은 기간 세이에셋 운용의 펀드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세이밸류스타일`은 -4.36%, `세이 가치형`은 -6.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에 설정된 주식형 가치주 펀드 40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9.8%이다. 지난해 초부터 일부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가치주의 르네상스`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에 비해 부진한 성적표다.

한 증권사의 랩 운용역은 이같은 차이에 대해 "종목 수나 선택에 있어 제한이 많은 펀드와 달리 소수 종목을 보다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랩의 특성과 저평가 가치주 투자가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라고 봤다.

세이에셋 자문형 랩은 주가 상승기에는 시장 수준을 따라가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주가 하락기에 수익률 방어는 물론 초과 수익까지 달성했다.

주가 폭락기를 맞아 삼성전자(005930)를 80만원 이하에서 가장 먼저 담았는가 하면 위메이드(112040)와 대상(001680) 락액락 등의 저평가 중소형주를 싼 값에 매수한 것이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계좌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삼성전자는 편입 이후 25%, 위메이드는 100%, 대상은 75%, 기아차는 30%, 락앤락은 15%의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반면 자문형 랩 수탁고 기준으로 업계 상위사인 브레인 투자자문과 한국창의투자자문의 지난 1년 운용 성과는 각각 -11.3%, -15% 였다.

이에대해 대형 증권사 랩 운용 팀장은 "브레인랩은 주가 상승기에 월등히 돋보이는 수익률을 나타냈으나, 하락기에 방어가 잘 안돼 상승기에 벌었던 것을 하락기에 그대로 까먹은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브레인의 경우 1년 이상 장기 수익률은 다른 자문랩에 비해 좋아 아직까지 고객들이 크게 실망을 하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창의랩은 상승기 때에도 뚜렷한 성과를 못내고 하락기에도 별다른 특징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프렌드투자자문과 쿼드투자자문 HR투자자문 등의 운용 성적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들 자문사는 초반에는 가치 투자를 표방했으나 점차 대형, 성장주 위주로 선회하면서 다른 자문랩들과 크게 차별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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