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외무장관 아프간 문제 관련 연쇄 양자통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미군철수하자 정권 장악
미, 중·러에 아프간 철수 논의…중-러간 정치적조율
중국은 탈레반에 우호적…향후 탈레반 정부 승인 가능
  • 등록 2021-08-17 오전 9:41:03

    수정 2021-08-17 오전 9:41:03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가운데 관련국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아프간에 남아 있는 자국민 귀환 문제 논의가 시급한 가운데 지정학적 요충지인 아프간을 둘러싼 알력 다툼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턴 미국 국무부 장관은 아프간 사태와 관련 중국과 러시와 외교장관과 양자통화를 가졌다. 중러 외교 장관도 따로 유선을 통해 양자협의를 했다. (사진= AFP)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아프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양자간 유선 협의를 잇따라 가졌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왕 부장과 통화에서 안보 상황과 함께 미국인과 중국인을 안전하게 본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각국의 대응 방안 등 아프간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무역전쟁 등 중국과 그동안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아프간 문제는 협력 사안이라고 강조해 왔다.

미국은 미군 철수가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와중에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아프간을 점령하자 자국민 대피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앞서 미군은 전날 아프간 정부가 붕괴된 직후 카불 공항을 장악하고 외교관과 외국인 시민 등을 대피시켰다.

중국에는 이번 사태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이 부장이 지난달 28일 중국 톈진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만난 이후 중국 관영 매체들이 탈레반에 우호적인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아프간에서 미국이 떠난 빈자리를 중국이 메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함락하며 정권을 장악한 이후 아프간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중국이 아프간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탈레반 정부를 인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 통화에서도 안보 상황, 양국 국민의 안전한 본국 귀국 등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논의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블링컨 장관에게 아프간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전달하고, 아프간의 질서와 치안 유지를 위해 그곳의 정치 세력과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러시아 외무부는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양측 외교 수장은 중국, 파키스탄, 유엔, 기타 관련국과 협의를 계속해 새로운 조건에서 아프간 문제와 관련한 대화의 토대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라브로프 장관과 왕이 부장도 따로 통화를 하고 아프간 상황에 대한 정치적 조율을 했다고 외무부는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 파키스탄, 인도 등 주변국들은 아프간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아프간의 정치적 불안 상황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셈하며 불안한 정국 속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이 진격해오자 즉각 국외로 도피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탈출 인파가 몰려들면서 현재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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