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눈]연륜과 참신함

  • 등록 2013-10-15 오전 10:00:00

    수정 2013-10-15 오전 10:04:35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원] “CJ제일제당(097950)이 설탕가격을 10% 내리면 이익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가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같은 질문을 연륜이 있는 고참 애널리스트와 기업분석을 막 시작한 신참 애널리스트에게 하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아마도 고참 애널리스트는 설탕과 밀가루, 식용유 등 제품 가격이 올랐을 때의 원가율을 계산, 새롭게 추정한 영업이익 규모를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 수년 동안 계산해 온 연륜으로 가능한 일이다.

설혹 호기심 넘치는 펀드매니저가 고참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의심을 품는다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변수인데 뭘 그리 자세히 알려고 하냐”고 면박(?)을 주기도 한다.

하지면 최근 산업 트랜드를 반영해 다시 들여다보면 해석은 좀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설탕 부문 매출은 8000억원대다. 이는 전체 매출에서 8%대를 차지하고 영업이익에서는 6% 수준에 그친다. 다른 파트인 해외 바이오 매출 비중이 15%에 달하고 영업이익 비중도 37%에 달하는 데 비하면 설탕 부문은 아주 작은 규모라고 볼 수 있다.

결국 CJ제일제당에서 설탕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기 때문에 설탕 가격이 아무리 널뛰기를 한다해도 전체 회사 매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연식이 높은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연륜만 믿고 부지런히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데 소홀하면 최근 변화도 감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식재료 부문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이 예전처럼 설탕 가격을 올려서 돈을 벌려고 한다면 물가상승을 막으려는 정부의 감시 대상 1순위에도 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설탕 가격이 오르면 설탕이 원료로 쓰이는 다른 제품 가격들도 한꺼번에 오를 수 있어 가격을 최소한도 안에서 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CJ제일제당이 설탕 가격을 어느 시점에, 얼마나 올릴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도 최근 정부와 회사, 사회적 분위기 등을 연관지어 상상해보는 참신함이 필요한 것이다.

참신함은 신참 애널리스트가 가질 수 있는 무기다. 펀드매니저들이 음식료 업종 투자를 고민한다면 연륜 있는 애널리스트에게서 들을 수 있는 과거사와 함께 젊고 패기 넘치는 신참 애널리스트에게서 새로운 트랜드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된다.

소비자들도 요즘에는 신제품에 과감히 도전하기도 한다. 매일 같은 것만 먹고 마시지는 않는 것은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형마트의 매대에서도 장수 식품과 함께 신제품도 불티나게 팔리듯, 이는 애널리스트 세계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원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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