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오바마보다 글로벌침체 더 무섭다"

[이데일리 문영재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계속되는 `한국차 때리기` 발언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칠 악영향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위기에 몰린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키 위해 한미FTA 재협상에 나서고, 통상압력을 가해올 경우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업체가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미국 현지보다 국내에 지나친 불안감이 드리워졌다면서  오히려 내년의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해야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 오바마 유세때 한국車 비판..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오바마 당선자는 대선 유세기간 중 수차례에 걸쳐 한국 자동차업체를 비판했다. 예컨대 한국은 미국에 매년 수십만대의 차량을 수출하지만 미국차는 한국에 고작 4000~5000대 밖에 팔리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이런 발언이 미국 자동차 공장이 몰려있는 미시건·오하이오 주에서 특히 강했다며 다분히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바마 당선자의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비판은 정치적인 득표전략에 기인한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이들 지역의 유권자에게 성의를 보이기 위해 광범위한 금융지원 등을 하겠지만 한미FTA는 우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상정책보다 내부 경제문제를 치유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첫 과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고 건강보험, 에너지, 교육, 기후변화 등 사실상 경제문제와 관련된 내부이슈에 역점을 둘 것이란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중소형차, 경쟁력 부각…현대차에 호기"

현대차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 뒤 곧바로 `악영향 보다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희생양` 운운을 진화하고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005380)는 특히 앨라바마·조지아공장의 60만대 생산 규모를 명시하며 미국 수출 물량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고유가 시대에는 연비 좋은 중소형 차종이 경쟁력이 있다"며 "이는 한국차 업체에게 호기"라고 말했다.

◇ "오바마 발언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 현대·기아차, 미국·서유럽 시장 판매현황(단위 : 대)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한국 자동차 비판 발언보다 닥쳐올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부진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미국업체들은 대규모 감원이나 감산, 인수합병(M&A) 등에 나서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자동차산업 팀장은 "오바마 당선자의 발언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단 차분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들의 구조조정 여파는 국내 업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애널리스트도 "소형차 생산라인의 확대나 근로자 전환배치 등 탄력적인 대응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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