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소광리에서 만난 금강송의 검푸른 수평선, 계명산 산벚나무의 다홍빛 물결까지…, '단일수종(單一樹種)' 숲이 선사하는 가을을 만나고 왔다. 매년 마주하는 '울긋불긋한 단풍놀이'는 잠시 잊을 것. 숲이 만든 순수한 색계(色界)에 빠져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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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다… 거침 없이 뻗은 강원도 태백 자작나무 숲
누군가는 자작나무를 두고 "새하얀 설탕을 뿌린 기다란 생강과자 같다"고 했다.
눈처럼 새하얀 줄기가 푸른 하늘을 향해 거침 없이 뻗어 있는 모습은 확실히 그 어떤 나무들보다도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서양 사람들도 자작나무를 두고 '숲 속의 여왕', 또는 '숲 속의 주인'이라고 불렀다.
자작나무는 인연(因緣)의 상징이기도 하다. 남녀가 혼례를 올리는 것을 두고 "화촉(華燭)을 밝힌다"고 하는데, 이때 '화(華)'가 자작나무를 뜻한다.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 흰색 나무껍질이 워낙 불이 잘 붙는 까닭에, 옛 사람들은 자작나무 껍질로 불을 밝히고 그 앞에서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껍질이 탈 때마다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는 이 눈부신 나무 군락지는 강원도 태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강원도 태백과 하장을 잇는 35번 국도 삼수령길,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양 옆으로 자작나무가 빼곡하게 심어진 숲과 마주치게 된다.
왼쪽엔 어린 자작나무가 심어진 언덕이 보이고, 오른쪽엔 자작나무 사이를 걸어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포인트'. 언덕 앞에 카메라를 두고 서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언덕 앞에 서서 주머니 속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꺼냈다. 바람이 소리를 내며 불어오자, 어린 자작나무들이 몸을 휘며 웅성웅성 움직이기 시작한다. 팔을 뻗어 높이 카메라를 들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자작나무들이 일제히 왼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반짝인다. 오케스트라 단원 앞에선 지휘자라도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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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자작나무들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왼쪽으로 몸을 구부리며 셔터를 눌렀다. 하나 둘 셋…! 하얗게 흔들리는 나무줄기와 황금빛으로 떨리는 나뭇잎이 함께 프레임 속에 들어왔다.
바람에 나부끼는 자작나무가 거대한 갈대처럼 보인다. 가슴도 함께 설렌다.
태백 상사미동에서도 드넓은 자작나무 조림지를 만날 수 있다.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 너머 보이는 숲이 새파란 태백하늘 아래 더욱 선명한 흰색으로 빛난다.
자작나무 숲에서 하룻밤을
온 가족이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자작나무 숲은 강원도 횡성 우천면 두곡리 둑실마을에도 있다. 사진작가 원종호씨가 1991년부터 자작나무 묘목 1만2000주를 비롯, 다양한 수종을 심고 관리하고 있다. '미술관 자작나무 숲'(www.jjsoup.com·033-342-6833)이라는 이름으로 개방한다. 산책로·쉼터·잔디밭이 조성돼 있어, 하얀 숲 속을 찬찬히 걸어보기 좋다. 자작나무 숲 속에서 하룻밤 묵고 가길 원한다면 이곳 펜션을 이용해도 좋다. 한적한 숲 한가운데에 방문객을 위한 두 채의 게스트하우스를 지어놓았다. 1박에 12만~15만원. 예약 필수.
낙엽 뒹구는 서울 거리는 어디?
서울시가 서울 시내 안에서 단풍 혹은 낙엽을 즐길 수 있는 72곳을 선정·발표했다. 11월 초부터 중순까지가 서울 지역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판단, 10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이곳의 낙엽만큼은 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 주요 장소를 소개한다.
강원도와 경북 지역은 이미 단풍이 지기 시작했다.
11월 초까지 단풍이 절정인 곳은 경상도 이남과 전라도 지역.
서울·경기 지역은 11월중순이 되어야 제대로 된 색을 보여줄 듯하다.
단풍 절정기가 아직 지나지 않은 명산들만 모아 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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