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현역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없이 입대하지 않은 피고인 A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A씨는 폭력 및 전쟁에 반대한다는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전쟁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평소 즐겨했던 A씨의 비폭력·반전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수긍하고 이를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0월 23일 충북지방병무청으로부터 ‘2018년 11월 20일까지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2사단 입영부대로 입대하라’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직접 수령했다. 그러나 지정된 입영일이 3일 지날 때까지 입대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측은 “폭력 및 전쟁에 반대한다는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며 “입영거부에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병역법위반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역법 위반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확고하고 진실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제시한 증거를 보면 A씨는 이 사건 이전까지 대학 입시, 국가고시 응시 등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을 뿐 국가기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뜻을 피력한 적이 없다. 또한 경찰 조사에서의 A씨의 진술은 군대의 상명하복 문화, 군대 내 인권침해 및 부조리 등을 입영 거부의 주요 사유로 삼고 있을 뿐, 폭력 및 전쟁에 대한 반대, 집총 내지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에 대한 반대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 배틀그라운드 게임 소개 화면 갈무리 |
|
특히 재판부는 A씨가 ‘배틀그라운드’라는 전쟁게임을 즐겨 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물론 가상세계에서 총기로 캐릭터 등을 살상하는 것으로 현실과는 다른 측면이 있지만, 비폭력·반전에 대한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피고인이 해당 게임을 즐겨했다는 것은 양심이 과연 깊고 진실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제시하는 소명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이 폭력 및 전쟁에 반대하는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양심으로서 이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거나, 병역의무의 이행이 피고인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정도로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확인하기 부족하다”며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즉각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 대법원(사진= 방인권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