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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어 검색엔진 사업이 물 건너 간 후 3년 여 동안 테헤란로 주변을 맴돌았다. 새 일을 찾아야하는 절박한 입장이어서 하루도 쉴 수 없었다. 그 사이 내가 직, 간접적으로 참여했거나 어깨 넘어 귀동냥한 사업 가운데 완전 사기거나 사기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넘어가자. 테헤란로 주변에서 헤매고 있는 많은 분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으시길 기대한다.
부동산 관련 사기 사건이 건수로는 가장 많을 것 같다. 그만큼 그 분야에 많은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 이름하여 ‘기획부동산’. 공인중개사라는 이름으로 ‘복덕방’을 운영 하던 분들이 삼삼오오 뜻을 모아 진출하게 된다. 거기에 꾼들이 가세한다. 한동안 붐이 일었던 전원주택, 별장 부지가 주종이었다. 수도권에 있는 전원주택 가능 토지를 구입한 후 매각하는 사업이다. 도저히 매각할 수 없는 국공유지를 매각한다고 하거나 소송이 진행 중인 종중 토지나 학교부지, 도로가 없는 맹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매각할 수 없거나 매각하더라도 전원주택이나 별장을 지을 수 없는 토지를 매각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중요한 엑스트라가 있다. 현장 주변 공인중개사들이 바로 그들. ‘기획부동산’ 업자로부터 소개 받은 토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알리지 않고 2~3일 내 틀림없이 현장에 간다. 현장 주변 공인중개사에게 소개 받은 물건에 대해 물어본다. 그 공인중개사는 “근처에 땅을 매각할 지주가 없다. 땅이 나오는 대로 팔리기 때문이다”라고 바람을 잡는다. 거의 다 넘어간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사례다. 소개한 사람을 믿었다고 한탄한다.
강남이 개발되기 전 서울 시청, 종로3가, 여의도, 잠실 주변에서 모이던 이들이 강남 신사동을 거쳐 강남역 주변에 모이더니 얼마 전부터 테헤란로 주변이 주 무대가 됐다. 노란 대봉투 속에 갖가지 ‘기획부동산 물건’ 관련 서류를 들고 다니는 이들. 부동산 브로카다. 줄여서 로카라고 한다. 기획부동산 업자와 투자자 사이를 헤엄치는 화려한 로카들이 지금도 손님을 찾고 있다. 옛날엔 다방에서 커피숍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금융기관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줬으나 약정 조건대로 이자가 납부되지 않을 경우 그 담보물건은 부실채권이 된다. 그 부실채권의 1순위 채권을 인수하는 사업이다. 투자자 포섭하기는 너무 쉽다. ‘금융기관이 대출해줄 때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 대출해 준 땅이다. 1순위 채권만 인수하면 경매 후 최우선으로 원금을 회수하게 되니 엄청난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설득한다. 여기까지는 사기가 아니다. 문제는 그 부동산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다. 지난 시절 여러 이유로 부동산 가치 외에 다른 이유로 대출해 준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러니 경매에서 계속 유찰된다. 유찰되면 투자한 사람만 망하고 마는 구조다.
소송 중인 종중 토지, 학교 부지, 국유지 등 대부분의 경우가 투자하면 5~6배, 많게는 수십 수백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투자 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 경우 어김없이 목사님, 스님 등 종교인과 전직 고위 공무원, 군 장성 출신 인사 등이 등장한다. 들러리가 그럴 듯해야 좋다. 종교인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땅땅 거리다 떵떵 거리며 산다!“ 부동산 쪽 사람들이 술 한잔 하면 외치는 구호다.
중국 전문가·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