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추락]"9·11처럼 테러난 줄 알았다" 출동 소방관들 충격

헬리곱터의 도심 고층 빌등 충돌 사고 건국이래 처음
기장과 부기장 사망 외 추가 인명피해 없어
소방차 16대 구급차 5대 출동
  • 등록 2013-11-16 오후 3:27:01

    수정 2013-11-16 오후 3:39:54

16일 오전 8시 54분께 서울 삼성동 38층짜리 아이파크 아파트에 민간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했다./사진=유선준 기자
[이데일리 유선준 기자] “사고 이야기를 듣자마자 우리도 미국 9·11처럼 테러가 난건 아닌가 걱정했다.”

16일 오전 11시40분께 서울 삼성동 38층짜리 현대아이파크 아파트에 LG전자 소속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한 현장. 사고가 일어난 아파트 앞 잔디밭에는 화재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진 헬리콥터 기체와 파편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헬리콥터에 부딪친 충격으로 아파트 21층부터 위로 7층에 걸쳐 창문 수십 개가 깨지고 아파트 외벽 곳곳이 찌그러져 있어 사고 당시의 충격을 보여주고 있다. 헬리콥터는 오전 8시54분께 이 아파트 102동 24~26층을 충돌한 뒤 101동과 102동 사이로 추락했다. 사고 기종은 시콜스키 S-76 C++으로 기장과 부기장 포함 8인승 헬리콥터였다.

이날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소대원들과 구조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연출 강남소방서 구조구급팀장은 “수십년 동안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유형의 사고를 지켜봤다”며 “사고 소식을 듣고 주민들을 구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출동했다”고 털어놨다.

광진소방서의 한 간부는 “오전에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우리도 미국의 9·11처럼 테러가 난 게 아닌가 걱정했다”며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국내 역사상 처음으로 발생한 사건이라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강남경찰서 한 경위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해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라며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피해 현장을 빨리 수습하겠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도심의 고층 아파트에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한 사고는 건국이래 처음이다.

사고현장에는 경찰 150명, 소방대원 98명, 군인 30명 등 구조인력 314명이 출동했다. 또 만일의 화재 및 인명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소방차 16대와 구급차 5대 등이 투입됐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낮 12시45분께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고경위 등에 대한 강남소방서의 보고를 받았다. 박 시장은 “오늘 오전에 안개가 많이 끼었다고 하던데 이런 날에는 헬리콥터가 뜨지 말았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주민 김형진(53)씨는 “아침에 자고 있는데 ‘펑’ 소리와 함께 굉음이 나 깜짝 놀랐다”며 “현장에 가보니 헬기 한 대가 추락해 있어 황당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또다른 주민 박 모(여·56)씨는 “아침에 운동 가다가 헬기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살다가 이런 일을 처음으로 봐서 꿈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방재청과 서울지방항공청 등은 이날 오전 짙은 안개에 따른 시야불량으로 헬리콥터가 아파트에 충돌한 것으로 보고 사고경위 등을 추가 조사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 시공사 등과 함께 피해보상 문제를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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