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4이통, 주파수 기술중립성 있었더라면

  • 등록 2013-02-04 오전 11:00:32

    수정 2013-02-04 오후 2:33:1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일 제4이동통신(와이브로)을 신청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을 허가하지 않기로 한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씁쓸하다.

KMI는 네 번째, IST는 두 번째 도전이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심사항목별로 100점 만점 기준으로 60점 이상이고 총점 70점 이상을 받아야 했지만 경영·경제·회계·기술 분야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KMI는 64.210점, IST는 63.558점 밖에 주지 않았다. 특히 IST는 재정능력평가에서 53.144점에 그쳤다.

대기업 계열인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와 경쟁하는 통신사가 만들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절감했다.

중소기업연합체로 재정능력이 좀 떨어지는 것은 십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배점이 가장 많은 ‘기간통신 역무의 안정적 제공에 필요한 능력’에서 낮은 점수를 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재정능력 배점이 25점이고 안정적 통신제공능력 배점이 40점인 점을 감안할 때, 후자에서 7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제4이통이 출현할 수도 있었다.

KMI 측은 “정부 차원에서 와이브로 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에 따라 추진했음에도 심사위원들은 오히려 와이브로의 사업성이 없다거나 기술구현이 힘들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와이브로로 할당한 탓에 심사위원들은 단말기 수급 계획 등에 부정적인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통위는 왜 와이브로 주파수 할당을 고집했던 걸까.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와이브로를 육성해야 한다는 정부 정책 기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옛 정보통신부 시절 제2의 CDMA 신화를 만들겠다며 삼성전자(005930)에 힘을 몰아줬던 와이브로. 정부로서는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용기를 내 주파수 기술중립성을 부각시켰다면 제4이통의 심사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세계적으로 입지가 줄고 있는 와이브로 대신에 주파수 할당 공고를 TDD로 냈다면 해당 사업자는 (와이브로가 아니라) TD-LTE 서비스를 할 수 있었고 기존 LTE 단말기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이브로와 TD-LTE 기술은 80~90% 비슷한 기술이다.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을 심사하면서 일정 점수 이상 되는 법인은 모두 허가했다.유료방송에 의무적으로 재전송되도록 해 줬으며 지상파와 가까운 15~19번대 프라임 채널에 편성되도록 했다.

종편을 키워 유료방송의 경쟁을 촉진하고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만든다는 정책 목표 때문이었는데, 왜 이 같은 목표가 가계통신비를 줄이고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킬 제4이통에는 적용될 수 없는 것인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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