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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대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속도를 내면서 4월말 또는 5월초 조기대선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4말5초’로 불리는 봄날대선은 현실이 됐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선필패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태풍이 아닌 미풍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실제 설 연휴 직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기문은 문재인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귀국 컨벤션 효과를 바탕으로 지지율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케 하는 성적표입니다. 보통 12월 대선이 열리면 추석민심의 승자가 대권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만일 봄날대선이 현실화되면 설 민심의 승자가 대선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진영의 득표율은 40% 미만으로 내려간 적이 없습니다. 과연 보수진영은 정권을 헌납할까요? 여야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교안 대안론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황교안은 반기문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요?
◇반기문, 文 절반 수준으로 지지율 폭락…양자대결서도 전패
반기문은 보수진영의 기대주였습니다. 여권의 참패로 막을 내린 20대 총선 이후 차기 지지율 1위 자리를 놓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 탄핵 및 촛불정국에서 차기 지지율 1위 자리를 문재인에게 내주기도 했지만 20% 이상의 강고한 지지율을 보여줬습니다. 패닉에 빠진 보수진영이 반기문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단독집권이 사실상 힘든 국민의당 역시 패권주의 반대를 명분으로 반기문에게 러브콜을 보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일 반기문의 귀국 이후 모든 것이 뒤바뀌었습니다. 국민적 기대감은 높았지만 반기문의 정치행보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선언하면서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했지만 애매한 메시지 전략에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또 정당 기반 없이 독자행보를 고집하면서 검증을 명분으로 한 각종 네거티브 공세 역시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지율만 하락했습니다. 문재인 vs 반기문 양강구도는 이미 붕괴됐습니다. 귀국 직전까지만 해도 20%대 초반을 유지했던 지지율은 10%대 중후반으로 하락했습니다. 30%대로 올라선 문재인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더욱이 일부 조사에서는 문재인뿐만 아니라 안희정, 이재명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20% 안팎의 격차로 대패했습니다. 설 연휴 이후에도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대선행보를 이어갈 동력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반기문이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중도낙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반기문까지 낙마한다면 보수는 사실 대안이 없습니다. 당초 유력한 차기주자였던 김무성, 오세훈의 경우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새누리당에서 이인제가 대선출마를 선언했고 김문수, 원유철의 대선출마가 예고돼있지만 파급력은 미비합니다.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남경필이라는 차기주자가 있지만 지지율이 너무 미약한 상황입니다. 진보진영에서처럼 이재명의 수직상승이나 안희정의 상승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대선국면이 본격화되면 지지율이 요동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야권 우위의 차기 지형은 여전히 굳건합니다. 보수진영에서는 정치권 외곽으로 눈을 돌리는 인사들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황교안입니다. 직무정지 상태에 놓은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국무총리 황교안이 대선정국의 핵으로 떠오를까요?
우선 눈여겨볼 것은 황교안의 지지율입니다. 한국갤럽의 1월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황교안의 지지율은 무려 40%에 육박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수행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긍정평가 38%, 부정평가 48%로 각각 나타났습니다(의견 유보 14%). 물론 국무총리의 지지율은 선출직인 대통령 지지율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직무정지 이전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지지율이 4∼5%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반기문·황교안 지지율 역전 시 보수진영 대표주자 교체 가능성
황교안은 반기문에 이어 보수진영 2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지지율 1위의 차기주자입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고려할 때 당분간 그가 대선출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새누리당은 러브콜을, 바른정당과 야당은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새누리당은 황교안의 영입을 전제로 차기 전략을 짜는 듯한 모습이고 바른정당과 야당은 황교안의 정치적 부상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분수령은 결국 지지율입니다. 지지율 상승 한계에 봉착한 반기문이 설 연휴 이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입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건 아니냐는 목소리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만일 반기문의 하락과 황교안의 상승으로 지지율이 역전될 경우 패닉에 빠진 보수진영은 반기문 대체재 찾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반기문이 전격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황교안을 향한 대선출마 압력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선택은 황교안의 몫입니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인용될 경우 대선 30일 전에 사퇴한다면 출마의 법적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를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넘겨야 한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아울러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선의 공정관리를 책임져야할 대통령 권한대행이 플레이어로 대선전에 뛰어드는 것을 과연 여론이 용인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입니다.
‘국무총리’ 황교안의 길은 두 가지입니다. 과거 문민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이회창처럼 치열한 대선전에 온몸을 던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참여정부 시절 이명박, 박근혜와 더불어 빅3주자로 분류됐던 국무총리 고건처럼 고심 끝에 막판 불출마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황교안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권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면 황교안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싼 설왕설래도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는 노(NO)라는 한마디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대선 출마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입니다. 과연 보수진영에서 또다른 구원투수의 등판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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