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일 대비 약 4.9% 급락해 배럴당 72.94달러를 기록했다. 7월 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 고점이었던 9월 27일 93.68달러 대비 약 21달러 급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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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 배경은 중동 리스크 완화가 큰 몫을 차지하지만 경기 둔화 기대감과 이에 기댄 수급 우려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경기가 강한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그동안 강한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 경기가 4분기 들어 둔화 시그널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예상치를 하회하는 전월비 0.6%, 전년동월비 0.7% 감소했다. ISM 제조업 지수가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과 함께 미국 산업활동이 소비 경기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부진함을 시사한다.
박 전문위원은 “고용시장도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며 “미 국채금리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 건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해당 지표가 지난 주 23만1000건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가 여전히 낮지만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은 고용시장은 물론 경기 둔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유 재고도 증가하고 있다. 박 전문위원은 “미국내 원유 생산 증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그동안 평균치를 하회하는 상업원유재고 수준이 유가 강세 요인이었지만 최근 상업원유재고 수준이 평균치에 근접하는 등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등의 수출 재개도 국제 원유 수급에 기여하고 있다.
유가 급락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박 전문위원은 “달러화 지수가 보합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유독 워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원인 중 하나로 유가 급락을 지적할 수 있다”며 “국내 경기가 상대적으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에 취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으로 유가 급락은 국내 경기 사이클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1~10월까지 국내 원유수입액은 전년동기대비 21.4% 감소한 상황이지만 최근 유가 급락은 원유 수입액의 추가 감소, 즉 무역수지 개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박 전문위원은 “원화 추가 강세폭과 관련해 달러·엔 환율이 150엔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엔 환율이 850원대로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의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