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유승민 '수도권 역할론'…한동훈 결단에 쏠리는 눈

유승민 전 의원, 국민의힘 탈당 대신 잔류 선택
중도·무당층 잡기 위해 경기 오산·수원 등 출마설
韓 “이기는 공천 한다”…전략공천 여부에 관심
  • 등록 2024-02-04 오후 3:35:18

    수정 2024-02-04 오후 3:35:18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4·10 총선을 앞두고 탈당이 아닌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하면서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반윤(反尹)의 선봉에 있는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만들어진 ‘배신자 프레임’으로 당내 거부감이 여전하지만, 수도권 중도층에 소구력이 상당하다는 측면에서 총선 역할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 정당의 미래 권력으로 평가받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반발을 물리치고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제공)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유 전 의원이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당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후에 여권 내부에서 유승민 역할론에 대한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은 또 다른 대표 비윤계로 꼽혔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러브콜을 받아들이지 않고 당 잔류를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유 전 의원 총선에서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사인을 보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의 총선 역할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총선의 최대 승부처이자 여당에게 절대 열세인 수도권 일부 지역에 후보로 나서거나 전체 선거를 이끄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데다 중도 보수·무당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를 통해 당내에서 배신자 프레임을 벗고 차기 여권의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TK(대구·경북) 출신인 유 전 의원이 보수 텃밭에 내보내기보다는 경기 오산이나 수원 등과 같은 단 한 석이 필요한 험지에 전략 공천할 가능성도 있다”며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데다 더불어민주당 우세인 수도권 판세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 오산 지역은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내리 5선을 할 정도로 민주당 텃밭이며, 총 5개 선거구가 있는 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전패를 한 지역이다.

가장 관심가는 대목은 한 위원장의 결단이다. 유 전 의원이 수도권에서 포진한 중도·무당층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 중 하나지만 이를 반대하는 당 소속 의원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유 전 의원이 지난 대선 이후 줄곧 윤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판을 이어온 만큼 이에 대한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최근 유 전 의원 오산 차출설에 대해 한 위원장은 “그런 검토를 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기는 공천, 국민에게 명분 있는 공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말의 여지는 남겼다.

익명을 요구한 당 중진 의원은 “유 전 의원은 탄핵 당시에 보수 정당이 처음 갈라지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당내 거부감이 상당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과반을 위해 단 한 석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신·구 권력이 부딪히면서 당정 갈등이 불거졌던 만큼 한 위원장이 보수 통합을 강조하면서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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