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열전④]한수원 관리 원전 정말 안전한가

한빛원전 1호기 가동중단..안전관리 도마 위에
설계결함·운전미숙·비밀주의로 체르노빌 '인재'
국내원전 잇단 가동중지·관리부실..한수원 "이젠 안전"
전문가들 "원자력은 양날의 칼..안전 과신하면 사고"
  • 등록 2016-02-27 오후 7:36:31

    수정 2016-02-27 오후 7:36:31

전남 영광 한빛 원전 모습. 27일 새벽 한빛원전 1호기가 증기를 물로 바꿔주는 복수기의 이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사진=한수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빛원전 1호기가 27일 새벽 가동이 중단돼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장비불량·운전미숙 여부 등 원인 조사 이후 가동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장비이상 신호로 자동 정지됐을 뿐 방사능 누출 등의 사고는 없었다며 안전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말 안전관리에 우려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진국조차도 ‘100% 안전’에는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이다. 핵물리학자인 찰스 퍼거슨 미과학자연맹(FAT) 전 회장은 “원전 사고 이후 안전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원자력 안전은 완벽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설계 결함, 운전자 운전미숙, 안전지침 위반 문제가 총체적으로 결합한 ‘인재’를 막기 위한 안전관리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우리의 안전관리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운전자들은 원자로 4호기에 대한 시험가동을 실시했다. 이들은 원자로 공급하는 외부 전원이 끊어졌을 경우를 대비한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들은 낮은 출력으로 원자로를 너무 오랫동안 가동시켰고 시험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에 핵분열 생성물인 제논이 연쇄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운전자들은 안내지침까지 어기면서 제어봉을 삽입했다. 제어봉은 연속반응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만든 설비다. 그러나 제어봉의 설계 결함 때문에 오히려 반응이 가속화됐다. 제어봉이 삽입된 지 1분도 채 안 돼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에 나서 다른 원자로로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았지만 수십 명의 소방관과 응급대원들이 피폭돼 숨졌다.

하지만 냉전의 시기가 종결되지 않았던 당시 소련 지도자 고르바초프는 사고를 미국 등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퍼거슨 전 회장은 “아이들이 걸린 갑상선 암은 미리 알렸다면 예방할 수 있었는데 이를 제때 알리지 않은 소련의 비밀주의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끔찍한 사고가 국내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퍼거슨 전 회장은 “원전의 안전 수준은 발전소 설계, 장치관리, 운전자들의 훈련, 발전소 경영진과 직원들의 안전문화에 대한 헌신 정도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원전의 안전관리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한빛 원전의 경우 2호기가 2013년 이후 작년까지 네 차례 가동이 중지됐다. 3호기는 2014년 10월 증기발생기 결함으로 7개월 동안 가동이 중지됐다. 이어 지난해 4월 발전이 재개된 3호기는 재가동 5일 만에 다시 멈춰섰다. 앞서 2014년에는 한수원 직원이 용역업체 직원에게 내부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유출하는 관리부실 문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한수원·산업통상자원부는 보안 감사를 실시했고 안전관리·비리문제를 엄격하게 강화했다. 권익위원회의 부패방지시책평가 최하위 등급을 받았던 한수원은 지난해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2020년 신기후협약을 앞두고 한수원은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미래 에너지’로 홍보 중이다. 한수원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전체 원전 24기 중에서 이상사고는 3건에 불과했다”며 “가동실적이 세계최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은 양날의 칼”이라며 장밋빛 전망에는 선을 긋는다. 주홍렬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는 순간 대형 사고가 발생한 예는 무수히 많았다”며 “사람들의 사소한 탐욕으로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대형 사고일뿐 아니라 누구도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본사가 서울 강남에서 경주로 이전하는 시점에 한빛 원전 1호기 가동중단 사고가 발생했다. 한수원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시점일수록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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