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연극 '방문' 첫선

2015 연극 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
2월 2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등록 2016-02-11 오전 9:17:05

    수정 2016-02-11 오전 9:53:00

연극 ‘방문’의 한 장면(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가정이 붕괴돼 가고 있다는걸 몰랐던 둘째 아들이 아버지와 형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현대인들의 근원적 고독을 그린 연극 ‘방문’이 오는 21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2015 연극 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 시범공연지원 선정작이다. 박정희 연출은 “일상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현재 우리의 외로움을 들여다봤다”며 “사람들의 방문, 소통,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려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살던 진영이 형인 진석의 급한 연락을 받고 8년 만에 집을 방문하면서 극이 시작된다.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형은 동생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가족처럼 지내던 이웃들이 하나 둘 방문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로 인해 상처를 줬던 가족간의 관계가 드러나고 ‘집’이라는 공간과 대화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느리지만 섬세하게 전개된다.

배우들은 실제 요리를 하며 극장 가득히 음식 냄새를 풍긴다.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등 리얼리티를 살렸다. 박 연출은 “요리를 하나하나 정성스레 준비하고 대접하고, 같이 먹는 과정이 사실은 화해의 과정”이라며 “요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가급적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 첫째와 둘째가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을 요리로 은유했다”고 말했다.

이진석과 이진영의 아버지이자 원로목사 역에 배우 이호재, 첫째 아들 진석 역에 김정호, 둘째 아들 진영 역에 강진휘가 열연한다. 이외에도 김성미, 이서림, 김승철, 김기범이 출연한다. 이호재는 “혹시 우리 옆집에서 이런 집이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지나친 옆 사람 중에 치매가 있는 사람들이 많을거다”며 “실향민인 아버지의 아픔과 맏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좌절감 등이 극 속에 녹아있다. 관객들이 ‘우리는 저렇게 살지 말자’는 용기를 얻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극 ‘방문’의 한 장면(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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