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기초한 ‘원안’과 이를 기초로 정부가 수정한 ‘정부안’, 그리고 김영주·이상민·김기식 의원들이 발의한 ‘의원안’이 있다. 이 중 ‘원안’의 핵심은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향응을 수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뇌물죄로는 공무원이 기업인이나 관련 민원인들로부터 촌지나 접대를 받더라도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으면 처벌하지 못하는 허점이 있었다. 그간 스폰서 검사나 벤츠 여검사 사건 등에서 기소된 공직자들 모두 거액의 금품을 받았으나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김영란 법’의 원안 통과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부정청탁의 정의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 지 의견이 분분하다. 자칫하다가는 국민의 기본권인 청원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기준을 법원이 판단하게 내버려두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0일 열린 김영란법 공청회에서는 질의자로 참석한 각 전문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데일리는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인 김영란법에 대한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이날 열린 공청회의 내용을 소개한다. 내용은 발표 및 질의자들이 사전에 준비한 자료와 실제 발언내용을 종합해 요약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
하나의 법안을 설계할 때 여러 이익단체의 이해관계가 분명 존재한다. 이익단체는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여러 형태로 노력을 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후순위채가 법적보장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여러 정부기관 ·국회로 찾아왔다. 이것이 실정법에 따르면 부정한 청탁이다. 물론 본인을 직접 처벌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만약 피해자들이 지역구 의원에게 나서달라고 하면 이는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지역구 주민의 이런 부탁을 자신의 직무로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부정청탁이라고 해서 막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우를 범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청탁’이라는 낱말 자체가 늘 불신하게 여겨진다. 보통 부정한 청탁은 금품·향응이 개입된다. 금품수수를 확실하게 제재하는 방법이 마련된다면 부수적인 효과로 부정청탁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선진국에서는 로비스트가 합리화된 나라가 있다. 공무원들도 일 처리할 때 전문적 로비스트와 함께하기도 하고, 국민도 그런 전문인들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를 막으면 저는 문제 있다고 본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영란법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 동의한다. 문제는 ‘부정청탁’. 이렇게 되면 사실 국회의원의 민원 처리는 거의 불가능하다. 관행상 국민들은 하다하다 안되면 국회 들어와서 하소연하고 여러가지 절차 밟을 수 있다. 이를 부정청탁 명목으로 넣으면 국회의원이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 수정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결국에는 돌고 돌아 국회로 온다. 이 역시 나름대로 국회의 직무인데, 이렇게 되면 국회에서 할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부정청탁’의 전제조건으로 금품 수수 등의 요건만 확실히 해도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사법기관에서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하는 사태가 올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말 한 마디 잘못해 부정청탁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실 공직자에게 명확한 청탁이란 없다. 그런 것 무식한 청탁. 대부분은 후반(사회적으로 불법적을 따지기 어려운 애매한 청탁)에 해당한다. 사회적으로 규제·처벌할 필요성이 있는데 구체화할 방법이 별로 없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께서는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는’을 빼고 ‘공정하고 청렴성을 저해하는’ 이 부분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몇 개 예를 들었는데,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는’ 부분을 빼면 ‘부정청탁’이 아닌 명백한 ‘불법청탁’이다. 이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남용’이라는 말이 복잡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형사법에 넣으면 어떻게 하겠나. 공정·청렴 다 추상적 표현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미국·독일처럼 ‘부정청탁’의 범위와 의미를 10페이지 정도로 상세하게 해야 입법예고 효과와 일방예방 효과가 있지 않겠냐. 그 기준을 모두 검찰에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 생선 맡기는 꼴. 나도 검찰에 말도 안되는 걸로 3~4년 끌려다녔다. 구체적인 기준과 예를 적시해 이 법의 남용을 막고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승면 법무부 법무실 법률심의관
입법 형식을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로 바꾸면 틀이 많이 바뀌기 때문에 현재 방식도 큰 문제 없다고 본다. 다만, 좀 더 세밀하게 다룰 필요는 있어 보강이 필요하다. 검찰이 검찰수사권을 남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부분이 이 법을 막을 명분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몇몇 의원님께서 부정청탁의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 개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했는데, 부정청탁 금지 규정이 선의의 공무원을 보호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경계선이 모호한 청탁은 공무원이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경우 공무원이 신고를 하고 윗사람이 적절한 조치를 하면 면책되기 때문에 공무원이 보호되는 의미도 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부정청탁에서 가장 큰 우려는 국민 기본권 침해이다. 독일도 이 논의 있었지만 국민 표현의 자유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도 국민이 공공기관에 가서 어떠한 것들 얘기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 할 수 없다고 밝힌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 해야 한다. 소위 공무원들이 국민들 민원 회피 수단으로 금지 조항 활용할 수 있다. 이 우려 때문에 부정청탁 정의를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 공무원은 이같은 요구를 받았을 때 즉각 고지·신고해야 하고 기관장은 부정청탁인지 확인하고 조치해야 한다. 1년 365일동안 신고받아야 하는 상황. 보완 방안 중 하나는 청탁이 들어왔을 때 기록으로 남겨 사후적 점검 형태. 아니면 이것이 부정청탁인지 아닌지 소속 기관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또 청탁을 받았을 때 신고, 공개해 투명한 감시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제가 낸 법안에 퇴직 공직자에 접촉하는 경우, 모두 신고해 전관예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법안이 있다.
부정청탁과 관련해 변호사법은 본인은 물론 제3자에 관해서도 예외 조항을 둔다. 근데 실제 과거 공직생활에서 활동하시던 분들이 전관예우를 받아 변호사활동을 하는 예가 있다. 그 과정에서 이 법에서 규율하는 부정청탁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 그럼 변호사라고 해서 예외를 둘 것인가. 전관(前官)으로 일정기관의 부정청탁을 제 3자 대행하는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다 포괄한다면 문제가 없다. 형평성 문제는 처벌단계에서 정상참작될 수 있을 것.
노영희 대한변호사협회 교수
변호사는 이해당사자를 대리하는 행위로 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부정청탁의 행위자에 들어가지 않는다.
두 번째에 대해서 답하자면 정동극장 직원분들까지 적용대상으로 포괄시키는 것은, 규율 형평성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칙적으로 포함되어야 맞다고 본다. 그러나 그 법이 실질적으로 집행될 때는 행위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고 여러 정황을 살펴보기 때문에 타당한 규제가 들어갈 것이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현재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부정청탁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규제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승면 법무부 법무실 법무심의관
변호사는 부정청탁 행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감한다. 그리고 고위 공직자와 하위 공직자, 어떻게 같을 수 있겠나. 그것도 옳은 말씀이다. 똑같이 성립하되 정상참작, 양형사유로 감안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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