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꿈 이룬 길에선 내 소원도 이뤄질까

전설의 고향: 경북 울진 ''용의 꿈길''과 ''사랑 바위''
  • 등록 2009-01-08 오전 11:55:00

    수정 2009-01-08 오전 11:55:00

[조선일보 제공] 오로지 승천(昇天)이 꿈이었던 용. 수천, 수만 년 하늘로 올라갈 꿈을 꾸며 바다 밑을 유영하던 용은 마침내 경북 울진 죽변면 죽변리,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바다 밑 용암 사이에서 비로소 하늘로 오른다. 혹시 인간의 소망도 이뤄지지 않을까. 오래전부터 죽변리 바다는 기우제(祈雨祭)를 올리는 곳으로 이름을 떨쳤다. 오죽하면 신라시대엔 화랑을 시켜 지키게 했을까. 죽변리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인 '사랑바위' 전설은 조금 슬프다. 부모님을 호랑이에게 잃고 약초 캐는 일로 연명하던 오누이가 있었다. 어느 날 꿈에 신령님이 나타나 "옥황상제가 병이 났다. '삼지구엽초'를 따다 바치면 큰 상을 내리겠다"고 했다. 산을 헤매던 오빠는 벼랑 끝 삼지구엽초를 발견했고 팔을 서둘러 뻗다가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여동생은 삼일 밤, 삼일 낮을 울다가 오빠를 따라 갔는데 산신령이 이를 불쌍히 여겨 둘을 꼭 껴안고 있는 바위로 만들어주었다. 이 바위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어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용이‘승천’이라는 꿈을 이뤘다면 나의 소소한 소원도 현실이 되지 않을까. 대나무 숲이 출렁이는 경북 울진 죽변면 죽변등대 일대엔‘용의 꿈길’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조선영상미디어

가봤더니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죽변리 일대는 요즘 '용'보다 '대게'로 더 이름을 떨친다. 대게 식당이 늘어서 있는 죽변항에서 죽변등대 쪽으로, 차로 5분쯤 갔더니 출렁이는 대숲이 눈에 들어왔다. 청록빛 바다가 흰 파도를 뱉어 내면 거기에 화답하듯 대나무가 솨악솨악 소리를 낸다. 대숲 사이에서 바다를 보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에 여행객들은 작은 오솔길로 삼삼오오 들어선다. 웬만한 사람 키는 훌쩍 넘기는 빼곡한 대숲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작은 길이 나 있다. 달콤한 먹이를 찾아 잔디밭 사이를 걷는 개미가 이런 기분일까. 빼곡한 대숲을 뚫고 들어온, '처어얼써어억'하는 크고 느린 파도 소리가 마음을 뚫어준다.

중간중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바위 해안선은 용이 하늘로 올라가며 발자국을 남긴 듯 주름져 있다. 나무에 가리지 않은 뻥 뚫린 바다 풍경을 원한다면 죽변등대로 가면 된다.

사이좋은 오누이의 짠한 사연이 전해오는 '사랑바위'는 죽변리에서 7번 국도를 따라가다 갈아타는 36번 국도 옆에 있다. 바위는 사람 상반신만한 크기로 아담한 편인데 표지가 계속 나와 찾기는 쉽다. 요즘 연인들은 차를 잠시 세우고 바위 바로 앞에 설치한 전망대에서 '커플 셀카'를 찍으며 사랑의 흔적을 남긴다. 전설에 등장하는 '삼지구엽초'는 '달여 먹으면 귀한 자식을 얻는다'는 설이 있다고 바위 앞 안내판은 전한다. 사랑바위 옆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삼지구엽초는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나 자연산을 구하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울진에서 구엽초차를 파는 곳도 이제 거의 없다"며 "너무 많이 먹으면 소변에서 피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동해고속도로 동해 나들목→7번 국도 삼척·울진 방향→'죽변항' 표지를 따라간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1
도움말=울진군청 문화관광과 김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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