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심·도끼병·4차원 여주인공, 사실 저예요"(VOD)

전대미문 황당女 ''미쓰 홍당무'' 만든 이경미 감독
박찬욱 감독이 단편영화제서 ''발견'' 이번 영화 제작자로 나서
  • 등록 2008-10-10 오전 10:58:00

    수정 2008-10-10 오전 10:58:00

▲ 모호필름 제공
[조선일보 제공] 뭐가 잘못된 걸까. 원래 낯을 가리는 성격일까? 부산 영화제에 다녀왔다던데 피곤이 쌓였나? 신인이라서?

한참을 뜸들이더니 이경미 감독(35)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제가 배고프면 말을 못하거든요." 역시 그랬다. 박찬욱 감독 말대로 "전대미문의 복잡 엉뚱 캐릭터 '미쓰 홍당무'를 만들어낸" 이 감독은 절대 조용한 성격이 아니었다. 8일 조선일보 앞 카페 아모카에서 만난 이 감독은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한 상 받은 뒤에야 기름칠 잘된 아나운서 발성에 쩌렁한 목소리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오는 16일 개봉하는 '미쓰 홍당무'로 데뷔한 신인. 하지만 '추격자'로 장편 테이프를 끊은 나홍진 감독과 함께 2008년 최대 기대주 중 하나로 꼽힌다. 순제작비 10억원의 저예산 상업영화로, 톡톡 튀는 대사 처리와 상식을 넘어서는 장면 구성, 탄탄한 시나리오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박찬욱 감독에게 '발견'됐다는 것이 이슈였다. 2004년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이경미 감독을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박 감독이 점 찍었고, 이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의 연출부로 활동하면서 내공을 다졌다. 박 감독은 이번 작품 '미쓰 홍당무'로 제작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 원래는 연기자가 꿈이었다는‘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

지금은 '대형 신인'으로 꼽히지만 '영화 문외한'이었다.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한 뒤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 하지만 고등학교 때 꿈꿨던 예술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고, 28세란 뒤늦은 나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합격하면서 인생 방향을 틀었다.

'앤서니 홉킨스 목소리'와 '동물의 왕국'으로 유명한 성우 이완호씨가 그녀의 아버지. 그 피를 물려받았으니 이런 꿈을 꾸는 것이 낯선 것도 아니다. 하지만 "피 튀기는 전쟁"이었다고 했다. 졸업작품상을 받을 때 조차도 "넌 과대 평가 받고 있다"고 말한 아버지였다고. "그럴 수록 칭찬 받고 싶은 욕구가 솟았어요."

운명이었는지, 핏줄 때문인지, 뒤늦게 발견한 재능 때문인지, 박감독의 '친절한' 제자 키우기 때문인지 그녀가 만들어낸 '미쓰 홍당무'는 아주 개성 있는 캐릭터로 관심을 끌고 있다. 질투 덩어리에 도끼병(쳐다만 봐도 자기를 찍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병)은 기본. 고아에 왕따 경험이 만들어낸 트라우마 때문에 세상과의 벽을 쌓아간 상황에서 터뜨리는 자기 방어형 아전인수격 애정관에 '허 참!'을 남발하다가도 '맞아, 주변에 저런 애 있어!'라며 박수를 치고는, 얼마 뒤 '아…. 나도 그렇지'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흔히 말하는 혈액형 분류법으로 보자면, 극소심 트리플 A형과 발산형 조울증 B형, 극변덕 AB형과 4차원 안드로메다 O형 성격이 한 인물에 투영된 셈이다. 스스로를 '창피하다'고 여기던 양미숙이 벽을 깨갈 때, 그녀를 위로해주던 관객은 어느덧 그녀를 통해 위로 받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양미숙은 감독의 경험이 만든 피조물이다. "혼자 시나리오를 쓰는데 외롭고, 조울증도 심해지고, '노처녀 히스테리'류의 신체적 이상 반응과 피해망상에 건강 염려증까지…. 그렇게 탄생해서인지 박찬욱 감독님께서 '미숙이로 16부작 미니시리즈를 만들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감독은 이번 영화를 끝내고 "이제 말문을 튼 것 같다"고 말했다. 말하길 좋아한다는 그녀의 말문이 본격적으로 터졌다니 다음 작품을 볼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 이경미 감독 공효진 주연 미쓰 홍당무. /최보윤 기자




▲ 미쓰 홍당무 예고편.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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