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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던 김씨는 추가 대출을 받아 인근 전셋집으로 이사하느니, 살던 집을 반전세로 재계약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미 3억원의 전세대출이 있는 그로서는 추가 대출을 받기도 힘든데다, 금융 이자보다 월세 부담이 더 적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실제로 김씨가 현재 내고 있는 전세대출 연간 이자(연 4.95%)는 1485만원. 여기에 제2금융권을 통해 1억원을 7%로 빌릴 경우 700만원이 추가돼 연간 내야 하는 이자만 2185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 이자는 182만원이다. 집주인이 요구하는 반전세(3억원에 150만원·월세전환율 6%)로 돌리는 편이 김씨에게 유리한 것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소형이나 저가 전세 위주로 나타나던 월세 이동현상은 최근 전세보증금 6억원을 넘는 고가 전세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르면 다음달부터 6억원 초과 전셋집은 대출 제한을 받게 돼 고가 전세의 월세 전환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주택금융공사가 고가 전세에 대해서는 담보물 대신 제공하는 ‘보증’을 서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강남권, 월세 물량 늘면서 전환율 감소
월세 물량이 늘면서 월세전환율은 낮아지고 있다. 월세 전환율이란 전세 또는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서울 방배동 ‘방배롯데캐슬아르떼’ 전용 84㎡ 전셋값은 현재 6억5000만원. 월세는 보증금 2억원에 월 임대료 200만원으로 월세전환율은 연 5.3%대다. 서울시가 공개한 지난해 3분기 강남권 아파트 평균 월세전환율 6.3%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음달 중순 입주 예정인 강남구 역삼동 ‘역삼3차아이파크’도 전용 92.6㎡의 전셋값은 8억원인데, 월세로 전환하면 2억원에 290만원 정도로 월세전환율은 5.8%이다.
“대다수가 매매보다 ‘반전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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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 렌트라이프 대표는 “강남에서 고가 전세로 사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곳에 있는 집은 전세로 놓고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권에 들어와 살거나, 아예 매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대출을 제한하면 전셋값 상승은 다소 진정될 수 있지만 매매로 돌아서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푸어 증가도 걱정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세대출을 규제하면 일부는 주거 하향 이동을 통해 매매로 돌아서겠지만, 대다수가 반전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하지만 월셋값 부담은 가계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저축할 여력이 없어지는 것으로 전세푸어가 월세푸어로 바뀌는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더라도 기존에 대출을 받은 경우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사실상 대출 제한은 신규 입주아파트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전셋집을 재계약 할 경우 이미 받은 대출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조사를 보면 올해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25개 단지, 9367가구다. 고가 월세는 이 물량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