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의 아름다움, 그들을 품은 산의 인자함을 느낀다면 의미는 배가된다. 간단한 도시락과 물병, 손수건을 넣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면 딱히 돈 들 일도 없다. 서울창포원과 도봉서원은 고맙게도 입장료가 없어, 1·7호선 도봉산역까지 오갈 지하철 삯만 준비하면 된다. 도봉서원에 가려면 적어도 왕복 1시간쯤은 걸어야 해 바닥이 든든한 신발을 신는 게 좋겠다. 여름철 야외에 나서는 길이니 모자도 쓰자.
◆창포원, 바람이 푸름을 가르고…
도봉산역 2번 출구를 나서 오른쪽으로 몇 걸음 떼면 곧 횡단보도 건너편에 대나무로 만든 작은 담이 보인다. 꽃들이 오롱조롱 피어 있는 담엔 '서울창포원'이란 간판이 붙어 있다. 지난 7일 도봉동 5만2417㎡ 터에 '붓꽃'을 주제로 삼아 개원한 식물생태원이다. '서울 아이리스 가든'(Seoul Iris Garden)이란 영어 이름도 예쁜데, 이름답게 붓꽃·꽃창포·노랑꽃창포·부채붓꽃·타래붓꽃·범부채 등 130여종 30만본(本)의 붓꽃류 식물이 자라고 있단다. 개원한 지 한 달도 안 돼, 입구 쪽 방문자센터 시설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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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서 오른편 길을 골라 붓꽃원으로 접어들면 눈 닿는 곳마다 싱그러운 초록빛이 펼쳐진다. 길고 시원하게 하늘을 향해 뻗은 붓꽃 이파리 사이로 바람이 불면 녹색 함성이 일듯 이파리들이 우르르 흔들린다. 붓꽃이 피는 철은 5월 즈음이라 대부분 푸른 잎뿐이고, 물가에 선 몇몇 이단아들만 보라색 꽃을 피웠다. 내년 5월 꽃피는 때가 기대되는 건 사실이지만, 꽃이 드물어도 이리저리 풀들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충분히 즐겁다.
정문 왼편은 침엽수가 주를 이룬 '늘푸름원'과 '억새원' '수변식물원' '약용식물원' '천이관찰원' '산림생태관찰원' 등으로 꾸며져 있어 아이들 생태학습에도 좋다. 정문을 지나 쭉 걸어가면 꽃으로 꾸며진 작은 나무다리(木橋)가 나오는데 이 부근도 사진이 잘 나온다.
◆도봉서원, 희미한 역사의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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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서원은 도봉동 북한산국립공원 내에 있다. 도봉산역 1번 출구로 나가 도봉산을 20분쯤 등산 아닌 등산을 해야 하는데, 길이 평탄해 그리 힘들지 않다. 도봉산 입구에서 탐방로 지도를 확인한 뒤 계곡을 따라 오르면 된다. 도봉산 입구엔 '도봉동문(道峰洞門)'이라 새겨진 바위가 있는데, 도봉서원에 배향된 송시열의 글씨다. 끊임없이 햇빛이 반짝이는 계곡물은 투명한데, 국립공원 안이라 들어갈 수 없다. 도봉서원은 광륜사와 쌍줄기약수터를 지나서 있고, 산길을 들어서면 헷갈리기 쉽다.
도봉서원은 작고 닫힌 서원이다. 서원은 겉만 감상할 수 있을 뿐 들어갈 수 없지만, 실망할 일은 아니다. 진정한 가치는 미묘한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데 있다. 유도문(由道門) 틈을 엿보면 무성한 들꽃 너머로 서원이 보인다. 오래된 기왓장에 푸른 이끼와 노란 들꽃이 더벅머리로 앉은 옛 서원에선 무상한 서정이 흐른다. 유도문을 마주봤을 때 왼편에 펼쳐진 공터에도 사람 허리까지 오는 꽃들이 가득한데, 희미한 향기 사이로 색색의 나비가 난다. 서원 담벼락 아래 뱀딸기 덩굴은 몹시 예뻐, 그 존재를 남에게 알려주기 싫을 정도다. 오른편엔 수령(樹齡) 200년이 넘은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고, 나무 그늘에 앉아 듣는 계곡 물소리가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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