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은 일시적인 혈액순환장애로 자가 진단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일부는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손발 저림이 혈액순환장애나 뇌졸중의 증상인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실제로는 많은 경우에서 말초신경질환으로 나타난다.
우리 몸은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고 전달하는 중요 기관인 신경계통이 있다. 이는 뇌와 척수같이 몸 중심에 있는 중추신경과 몸통, 팔, 다리, 얼굴 등에 분포하는 말초신경으로 나뉜다. 말초신경은 우리 몸 곳곳에 분포된 전화선처럼 뇌에서 내리는 명령을 곳곳에 전달하고 몸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말초신경질환은 이러한 말초신경에 기능적 또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김영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말초신경에 문제가 발생하면 힘이 빠지거나 감각 이상, 저린 증상,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저림, 시림, 화끈거림, 콕콕 쑤시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피가 잘 안 통하는 느낌, 마취된 것과 같은 둔한 감각 등의 증상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말초신경질환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개 신경이 눌리거나 다른 전신질환의 합병증으로 생기는데, 손발 저림을 일으키는 압박성 말초신경장애는 말초신경이 단단한 근막이나 인대를 통과하는 부위에 눌리거나 뼈의 돌출된 부위를 지나는 부위가 압박되면서 나타난다.
증상 역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말초신경은 크게 운동신경, 감각신경, 자율신경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운동신경에 문제가 발생하면 힘이 빠지고 근육의 위축이 발생한다. 감각신경에 문제가 있으면 감각이 둔해지고 저리고 따갑고 화끈거리는 이상 감각, 또는 신경통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넘어질 수 있다.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비특이적인 어지럼증, 통증, 소변장애, 소화불량, 땀 분비 이상과 같은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김영도 교수는 “말초신경질환은 증상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손발 저림 같은 감각 이상은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운 증상이고, 땀이 많이 난다거나 소화불량과 같은 자율신경 이상 역시 일시적인 증상으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다”며 “말초신경질환은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만큼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성 낭종이 국소말초신경을 누르고 있다면 수술로 낭종을 제거하고, 약물에 의한 다발성신경병증은 약물 중단을 통해 증상을 해소할 수 있다. 저린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당뇨병성말초신경병증은 완치가 쉽지 않아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고 증상에 대한 조절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원인 질환 치료 외에 GABA(감마 아미노낙산) 관련 약물 계열, 항우울제 계열 등 신경 통증 관리 약제를 주로 사용해 증상을 조절한다. 약물치료 외에 연고, 파스 등을 사용할 수 있고, 국소적인 약물주사치료도 시행할 수 있다.
말초신경질환 예방에는 적절한 휴식과 작업 전 간단한 운동, 규칙적인 식사습관 등이 도움이 된다. 특히 음주는 말초신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주하는 것이 좋고 고혈압,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김영도 교수는 “말초신경질환은 완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조절과 관리가 필요한데도 실망하고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질환의 악화를 막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