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초빙교수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이날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와 통화협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 만큼 현 시점이 미국 측에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할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
다만 실제 통화스와프 체결을 담당하는 곳은 미국 행정부가 아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인 만큼 정부가 물꼬를 트고, 한국은행이 연준과의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을 시도해보고 조건이 맞지 않아 어렵다면 중장기적인 비상설 통화스와프를 맺되, 계약 연장 조건 등을 상설에 준하는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단 시각이다.
통화스와프는 이를 체결한 나라들끼리 필요한 만큼 돈을 교환하고 특정한 기간에 미리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를 뜻한다. 통화스와프는 상설과 비상설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유럽연합(EU)·영국·스위스·일본 등 5개국이 무제한으로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국이다.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를 지낸 강 교수는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하려면 무엇보다 명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반중(反中) 경제협력 수단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을 천명한 지금 시점이 통화스와프 체결을 안정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비상설 통화스와프 군에 속해있는 다른 나라들보다 차별화된 대우를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을 내줘야 하는데 이번 정부 들어 중국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도 IPEF 가입을 추진하고 있고, 특히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지금 충분히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3~5년 단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계속해서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차선의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FIMA는 팬데믹 위기 당시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에 실패한 신흥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맡기고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으로 마련된 것이다. 통화스와프보다 외화자금 시장 안정효과가 덜한데다가 하루짜리 단기 조달 자금에 의존해야 할 만큼 우리 경제에 문제가 생겼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작년 말 FIMA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한 번도 자금을 써본 적이 없다.
강 교수는 외환보유고가 넉넉하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전했다. 그는 “외환보유고가 4493억달러에 달하고 2014년 이래 대외적으로 순채권국가가 되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2008년 외환보유액이 2600억달러 가량 있었지만 4개월 만에 600억달러를 쓰고 나니 위기의식이 생겨 그 이후엔 더 쓰지도 못했다. 과거 사례를 떠올려보면 외환위기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통화스와프 체결 추진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한미 간의 안정적인 통화스와프 체결을 발판으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금융산업의 선진화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통화스와프 체결이 된다면 1300원에 육박하는 환율도 안정화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