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KT합병)④英 BT, 필수설비 조직분리 성과는

조직분리 후 시장 긍정평가 `주가상승`
BT "성과 커" 자평..KT·반KT 시각 엇갈려
  • 등록 2009-02-16 오전 10:45:00

    수정 2009-02-16 오전 10:45:00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세계 각국 통신규제 기관들도 공정경쟁 유지를 위해 필수설비 분리 논의를 진행중이다.

필수설비 분리와 관련,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례중 하나가 1983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MCI·AT&T 소송사건이다. 시내·외 전화 사업자인 AT&T는 시외전화 사업권을 받은 MCI의 전화망 연결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양사는 소송에 들어갔고, 미국 연방법원은 MCI의 손을 들어주면서 필수설비의 개념을 밝혔다.

필수설비는 독점기업에 의해 통제되고, 경쟁업체가 실제적 또는 합리적으로 재생산할 수 없어야 한다. 즉 후발사가 설비를 투자할 수 있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돼 수익을 맞출 수 없다면 합리적 재생산이 불가능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또 필수설비 공동사용시 투자에 대한 보상이 감소된다고 판단될 경우, 그 근거를 독점기업이 입증해야 했다. 설비를 제공할 경우 설비용량 한계 및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되면 공동사용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독점기업이 제시해야 했다.

미국 AT&T 사례뿐 아니라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이 조직분리한 사례 등도 모두 독점에 따른 경쟁제한 폐해가 나타나 취한 조치다.

◇BT 조직분리 성과는

지난 2004년 BT는 영국 유선전화시장 전체 매출의 73%를 차지했다. BT 이외의 대체망도 부족해 경쟁이 활성화 되지 못했다.

당시 영국 정부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필수설비와 가입자망 공동활용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복잡하고 투명성 결여된 절차, BT의 차별적 품질서비스 제공으로 경쟁사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결국 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2005년 9월 BT가 제안한 시내 가입자망 조직분리 규제안을 확정했다. BT는 가입자망과 운영인력·자산을 오픈리치(Openreach)라는 별도 조직으로 분리했다.

오픈리치는 가입자망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업자에게 차별없이 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만들었다. 독립적인 이사회·경영진을 구성하고 BT와 별도의 임금시스템을 구축했다. 예산도 분리해 편성하고 근무지 분리, 별도 브랜드 사용도 시행했다. 조직분리에는 7000만 파운드(약 1330억원)가 소요됐으며, 시스템개발 등 간접비용까지 총 5억 파운드(9500억원)이 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BT 조직분리 성과에 대해 KT와 반(反) KT측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KT(030200)는 `BT가 조직을 분리한 이후 매년 설비투자가 감소했고, 광가입자망(FTTH) 투자도 유보했다`는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소비자 요금도 인상됐다는 분석이다. 또 조직분리시 많은 비용이 발생, EU나 OECD 국가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쟁사들은 "실제로 BT는 조직분리 후 소매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도매매출은 큰 폭 상승해 기업가치가 올라갔다"고 제기하고 있다. 조직분리 직전 2.2파운드 수준이었던 주가는 조직분리 이후 50% 가까이 뛰면서 3파운드를 넘어섰다. 이는 같은 기간 영국증시 상승률 25%를 넘어선 수치다.

실제로 조직분리 이후 존 펌스턴 오픈리치 디렉터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T는 조직분리를 통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하면서, 소매규제가 완화되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BT는 유선전화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어서면서 각종 규제를 받았지만, 조직분리 이후 규제가 풀리면서 경영활동이 활발해져 주가도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저렴한 결합상품도 출시됐고, 소비자 선택권도 확대됐다.

반(反) KT측도 BT 조직분리 후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확대되고 사업자 수가 증가해 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주거용 인터넷·브로드밴드 회선수는 조직분리 이전인 2004년 580만개에서 조직분리 후 2007년초 1330만대까지 증가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BT가 EU지역 유수 통신사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통신업체는 `독점과 필수설비` 어찌 해결했나

미국의 경우 법원 명령으로 AT&T는 시내전화부문을 7개 사업자로 분리했다.

미국은 1970년대 들어서 통신단말기와 장거리전화 등 통신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이 부문에서 경쟁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독점적인 시내전화에 대해 다른 사업자의 상호접속이 필요했다. 하지만 AT&T는 그 동안 독점하고 있던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필수설비인 시내전화 부문에서 접속제한이나 서비스차별을 뒀다.

미국 통신규제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T&T의 경쟁제한적 행위를 억제하고자 규제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CC의 복잡한 조정절차 등 문제가 발생해 후발사업자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미국 법무부도 FCC의 규제로는 힘들다고 보고,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AT&T를 기소했다. 1974년부터 시작된 AT&T에 대한 소송은 1982년에 결론났다.

필수설비인 AT&T 시내전화 부문을 7개 지역회사로 분리·매각하도록 했다. 분리된 시내전화 사업자들에게는 경쟁사라도 시내전화 상호접속 요청을 동등하게 허용토록 명령했다. 또 장거리 전화시장 진입제한, 무선통신시장 직접진입 제한, 자회사간 공동마케팅 제한 규정을 뒀다. 최근에는 규제 성과가 일정부분 나타나 규제완화가 추진중이다.

일본은 지난 1997년 총무성이 NTT를 2개의 지역회사와 장거리회사, 이를 관리하는 지주회사 등 4개의 기업으로 분리시켰다. 2006년에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능분리를 강화하고, 2010년 추가적인 구조분리 필요성을 재검토하도록 결정했다.

아일랜드 최대 통신사업자인 Eircom도 영국 BT의 성공사례에 자극 받아, 주주들이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조직분리 논의를 진행했다.

이탈리아의 텔레콤이탈리아(TI)의 조직분리 사례는 의견이 분분하다. 2002년 통신법상 구조분리 근거를 마련, 경쟁사에게도 TI 네트워크에 대한 동등접근과 비차별을 보장받도록 명시했다. 이후 2007년 시장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유무선 통신사업자들도 TI의 시내망과 IP망 분리를 요구했고, 2008년초 영국 BT식 기능분리로 규제를 강화시켰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탈리아 정부가 통신산업에 대한 해외자본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기능분리를 시켰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AT&T가 TI 지주회사인 올림피아(Olimpia)의 지분인수를 시도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TI를 쪼개 해외자본 유입 요인을 없앴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통신규제기관들은 전반적으로 독점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하고 있다"면서 "통신산업 특성상 초기 국영기업 형태로 출발해 필수설비들을 자연독점형태로 보유하고 있어, 공정경쟁을 위한 해결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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