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오는 23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직접 나서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조사 발표를 통해 향후 자사 제품 안정성에 대한 종합 대책을 내놓으며 그룹 쇄신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이후 쏟아지고 있는 삼성에 대한 강력한 쇄신 요구를 자사 제품에 대한 신뢰 회복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특검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 달래기’라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온·오프라인 들끓는 ‘반 삼성기류’
지난 21일 광화문에서 15만 명(주최측 추산) 가량 모여 진행된 13차 촛불집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재청구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집회 중에는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구호도 수 차례 나왔다.
집회 전부터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에서는 ‘삼성공화국’,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는 말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삼성 관계자는 “무죄 판결이 나온 것도 아니고, 단지 불구속 기소만으로 비난이 집중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정권과 대기업의 정경유착 정황이 드러나 반기업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상항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이 국민 정서의 뇌관을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한재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구속 영장 기각이 국민들의 반 삼성, 반 재벌 감정을 키웠고, 이제 삼성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 모습”이라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으로써는 앞으로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삼성기류, 흐름타면 더 거세질 수도
이 같은 ‘반 삼성기류’는 당분간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 등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이런 국민 정서를 이용, 표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여론을 잠재울 다양한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국민 반감이 큰 지배구조 등에 있어 변화를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승용 교수는 “이 부회장 1인에게 집중돼 있는 총수 중심의 중앙집권적 리더십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소수 지분으로 지배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소한 ‘언제든지 훌륭한 분이 있다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한 청문회 발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 정도는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다른 쇄신안은 아무리 내놓아봐야 과거에도 수없이 반복한 일들이라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갤노트7’ 발화 원인 발표, 삼성 쇄신안 ‘신호탄’
구속 영장이 기각된 이 부회장이 추진할 삼성 쇄신의 첫걸음은 오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릴 예정인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조사 발표가 될 전망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의 책임을 진 고 사장은 지난해 9월 이후 석 달 가량 수요사장단 회의까지 불참하며 발화 원인 조사 및 차기작 갤럭시S8 개발 작업에 매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고 사장은 삼성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용과 미국 안전인증 회사의 조사 등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과 함께 갤럭시S8 등 자사 제품과 삼성SDI와 중국 ATL 등으로부터의 배터리 수급 등 향후 제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특검 수사로 인해 애초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발표가 한달 이상 미뤄져 왔다”며 “이번 발표는 갤럭시노트7의 제품 결함 문제 뿐 아니라 삼성 쇄신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앞으로 삼성이 추구할 제품 안전성에 대한 구체적 실천 방안과 고객 만족을 위한 대책 등이 총망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