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블레임:인류멸망 2011>은 일본 사회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95년 일본 사회의 집단 트라우마가 된 옴진리교, 몇 해 전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등 공포는 바로 우리 옆에서 옥죄고 있음을, 그리고 언제 터지질 모르는 폭탄을 끼고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도쿄의 한 시립병원에서 근무하는 마츠오카(츠마부키 사토시)는 고혈증세 환자를 단순 감기로 진단한다. 이튿날 이 환자는 피를 토하면서 죽고, 이 환자를 치료했던 동료의사도 감염돼 죽고 만다. 병원은 일순간 공포의 도가니로 변하고, 일본 정부는 병원을 격리조치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전국에서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하자 일본 사회는 일대 혼란에 빠진다. 츠요시의 옛 애인이자 WHO 메디컬 담당자인 에이코(단 레이)는 마츠오카와 함께 원인을 찾으려고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 퍼졌는지, 어떻게 감염되는지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영화에서는 바이러스가 인간과 같다고 말한다. 싫다고 숙주를 죽여 버리면 자신이 죽는 것처럼 파괴만 일삼는 인간에게 바이러스는 무서운 천형으로 다가온다. 바이러스는 가지를 치듯 차례로 감염된다. 폐허가 된 일본. 그곳은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고 만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곳에서는 더 이상 희망의 빛을 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이 대목에서 역설적으로 마지막 희망을 던진다. 그것은 인류멸망이라는 비극적 운명 앞에서 자신보다 남을 위해,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남은 간호사(쿠니나카 료코)와 엄마를 그리워하는 어린 딸의 에피소드, 여자친구를 위해 폐허가 된 도시로 다시 돌아온 소년의 에피소드는 ‘그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를 여실히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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