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박모(46)씨도 유전자 검사로 치료 방향이 달라진 사례다. 김씨는 건강검진을 받다 갑상선에 1.5㎝ 크기의 종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직검사 결과, 암(癌)이 의심됐으나 판단하기 힘든 경우였다. 예전 같으면 경과를 봐야 했지만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통해 자신이 갑상선암 발생이 높은 유전자형인 것을 알게 된 박씨는 갑상선 조직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나중에 조직 안에 숨어있던 암세포가 발견됐다.
200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이 인간 유전정보가 담긴 유전체(게놈·Genome) 지도를 공식적으로 완성했다고 발표한 지 5년,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진료를 하는 이른바 '맞춤형 의료'가 국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똑같은 약을 먹어도 효과가 달리 나타나는 환자들에 대해 이제는 유전자 검사로 유전적 특성에 따른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약을 복용하는 데도 유전자 검사는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김모(40)씨의 경우 심장 안에서 피가 돌지 않고 피딱지(혈전·血栓)가 생길 우려가 높아 피가 굳지 않게 하는 항(抗)응고 약물 '와파린'을 복용한다. 문제는 이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신체에 출혈이 생겼을 때 피가 멎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김씨는 현재 '와파린'을 다른 환자보다 2배 많이 먹고 있다. 검사 결과, 와파린 '약발'이 잘 듣지 않는 유전자형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용량을 올려야 겨우 약효를 낼 수 있는 타입이다. 유전자 검사가 김씨에게 딱 맞는 약물 농도를 결정해준 것이다.
현재 주요 대학병원에서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에 걸린 경우나 가족 중에 환자가 여럿 있을 때 이 같은 유전자 검사를 해 양성이면, MRI(자기공명영상장치) 등을 동원해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폐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옴에 따라 흡연자와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유전자와 암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 병원에서는 폐암·대장암·유방암 등의 항암 치료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한 후 치료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폐암과 유방암의 약 20%, 대장암의 약 40%에서 해당 유전자형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 특이하게 잘 듣는 '타깃(Target) 항암제'들이 최근 개발돼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대학병원의 종양내과 교수는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보기에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며 "암 발생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취업 등에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 유전자 검사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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