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제정신 아니었다"...모습 드러낸 '부산 또래 살인범'

  • 등록 2023-06-02 오전 9:49:54

    수정 2023-06-02 오전 11:07:1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부산 또래 여성 살인 사건’ 피의자 정유정(23)이 신상공개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유정은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면서 ‘피해자나 유가족께 할 말 없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정말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살해 후 여러 차례 집을 오갔는데 이유가 있는가?’,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고 했는가?’라는 등의 물음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정유정은 ‘범행 수법’ 등을 묻자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죄송하다”고 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전날 부산경찰청은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정유정의 이름과 나이, 사진을 공개했지만 이날 그는 검은 모자와 안경,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가렸다.

남색 원피스에 검은 슬리퍼를 신은 정유정은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덤덤하게 답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0분께 아르바이트 앱을 통해 만난 20대 여성을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의 범행은 혈흔이 묻은 여행용 가방을 경남 양산시 낙동강 인근 숲 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정유정은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곳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찰은 정유정이 살인 혐의로 구속된 뒤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지난달 31일 경찰 조사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평소 사회적 유대 관계가 전혀 없었고 폐쇄적인 성격에 고등학교 졸업 이후 특별한 직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정은 아르바이트 앱에 과외 강사로 등록된 피해자에게 연락해 “고등학생 자녀를 가르칠 과외 선생님을 구하고 있다”며 학부모인 척 접근했고,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산 교복을 입고 피해자 집을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찰은 정유정이 살인과 시신 유기 등 대략적인 계획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유정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결과, 취업을 준비하면서 범행 석 달 전인 올해 2월부터 온라인에 ‘살인’, ‘시신 없는 살인’ 등의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평소에 인터넷과 방송 범죄 수사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 살인에 대한 충동이 생겨 범행을 저질렀다는 정유정의 진술도 나왔다.

부산경찰청은 전날 오후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등 공공 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며 정유정의 이름과 나이,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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