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불법송금 주체..SK재판 혼란 가중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그룹에서 펀드를 유치할 때) 이 돈 중 일부가 회장과 부회장의 투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생각했어요. 450억 원을 세 차례 나눠 송금할 때 두 번째부터는 최 부회장과 상의했습니다.(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지난 20일 오후 열린 최태원 SK 회장 형제 항소심 공판에 450억 원 불법 송금 논란의 주체 격인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핵심 증언들을 쏟아냈지만, 재판의 양상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재판부가 예정대로 6월 중순 변론을 종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준홍, 펀드 구성부터 회장 형제 투자금 관련성 주장..파문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는 이 사건의 피고인이자 증인이다. 워커힐 호텔과 SK텔레콤(017670)을 거쳐 펀드운용사 베넥스를 창업한 뒤, 2008년 10월부터 12월까지 SK(003600) 계열사로부터 1500여억 원을 모았는데 이중 정식 펀드가 구성되기 전 선지급 된 돈 일부(450억 원)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450 억 원을 최태원 회장 형제 재산관리인이었던 김원홍 씨(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것.

김 대표는 검찰 조사와 1심 재판서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했는데, 이날 증인 선서 전에 재판부에 탄원서를 내며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2008년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의 20일 항소심 법정 증언.

김 전 대표의 주장은 최태원 회장이 450억 원 불법 송금을 지시하거나 관여하지는 않았지만,2008년 초부터 본인이 김원홍 씨 등과 함께 최 회장 형제의 선물옵션 투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했고, 이번 SK그룹 펀드 출자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는 것이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처음 펀드가 구성될 때부터 불법 송금 때까지 전 과정에 개입한 게 되며, 최 회장 역시 불법 송금을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펀드의 빠른 구성과 가지급 관련 논의를 한 만큼 회삿돈으로 만든 펀드 중 일부를 개인 투자금으로 유용할 의사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 제기도 가능하다.

변호인들 신뢰성 의문..재판부도 혼란

그러나 김 전 대표의 증언에 대한 진실성 논란도 상당하다. 먼저 김 씨는 검찰 조사와 1심 공판에서 이미 세 차례 바뀐 진술을 내놨다. 처음에는 불법 송금이 회장도 부회장도 모르는 개인 실수라고 했다가, 두번 째는 회장이 펀드 구성과 선입금(가지급)에 개입했다고 했다가, 회장은 아무것도 모르고 부회장이 450억 원 송금에 관여했다고 진술을 바꾼 것.

또 김 씨의 발언들은 450억 송금 관련 회장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김씨 본인 진술과도 온도 차가 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김 씨는 부인했지만, 김씨와 김원홍 씨 간에 개인자금 거래가 상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변호인들은 김 대표와 김원홍 씨는 불법 송금 논란이 발생한 2008년보다 훨씬 오래 전인 2005년부터 자금거래를 해 왔으며, 당시 김원홍 씨로부터 대여한 자금 잔액이 201억 원에 달했다며 개인 빚이 201억 있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그래서 불법 송금된 450여 억 원 중 201억만 금전대차계약서를 썼다는 주장이다.

변호인 말 대로라면 펀드 구성과 선지급에는 최 회장 형제가 관여했지만, 실제로 이뤄진 불법 송금(횡령)은 김준홍 전 대표 개인 비리로 귀결된다.

최재원 부회장 변호인은 심지어 김 전 대표가 (최 부 회장의) 저축은행 차입금 담보로 제공된 예금의 이자 일부를 개인적으로 썼다는 주장까지 했다.

문용선 부장판사는 증인 신문에 개입하면서 진실 찾기에 힘썼지만 논란이 가열되자 “김준홍 증인에 대한 신문은 언제라도 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과 변호인 측의 준비가 미흡하다”면서 “5월 29일 오후 2시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양 측 주장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할 테니 시간 낭비가 되지 않도록 잘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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