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상업, 경계를 넘나들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예술가의 프로덕션’전
현대미술 - 상품의 협업 통해 사회적 메시지 대중에 전달
  • 등록 2010-06-08 오후 12:35:00

    수정 2010-06-08 오후 12:35:00

[경향닷컴 제공] 예술과 상업, 고급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점점 늘고 있다. 미술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옷과 가방 등을 디자인하고, 도심 백화점의 외벽작업도 미술가가 진행한다. 예술가들이 직접 온·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제작한 아트상품이나 소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예술 작품을 명품처럼 진열하면서 고급예술과 일반 상품의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 가구와 공간 디자인그룹 노네임노샵의 ‘숍 프로젝트 04-RECYCLE SHOP’.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예술가의 프로덕션’전은 이처럼 예술가의 작업이 상품이나 광고, 디자인과 접목돼 마치 상품처럼 하나의 브랜드로 기능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조주현 큐레이터는 “‘현대미술과 상품의 협업’을 보여주는 작업에는 예술가가 스스로 브랜드가 돼서 대중화된 작품을 선보이거나, 자신의 사상과 의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도구로 상품이나 스티커, 로고, 그래피티 등을 생산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나눠진다”고 설명한다.

디자인·아트그룹인 ‘ZNP크리에이티브’는 제품디자인, 그래픽디자인, 순수미술의 경계를 넘어 고유의 디자인 콘셉트를 통해 사회적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 ‘팝 네이처’는 자연물과 산업 오브제를 섞어 혼성된 문화를 표현한다. 살아있는 식물의 줄기가 전선을 타고 올라가 샹들리에를 뒤덮고 있는 조명, 가공되지 않은 천연 원목과 정교하게 깎인 다리가 조합된 테이블, 명품 모노그램을 패러디한 회화작품 등을 복합적으로 배치한 인테리어는 디자인으로서의 실용성과 예술작품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 사성비의 B브랜드 로고 화면.

사성비 작가는 ‘B브랜드’라는 이름을 걸고, 가벼운 필름이나 종이로 옷과 장신구를 만들어 새로운 디자인을 탄생시키는 작품을 선보인다. 어린시절 인형놀이에 대한 판타지와 현대사회의 소비욕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결합된 그의 작업은 B브랜드라는 로고가 부여되면서 마치 명품을 생산해내는 듯한 가상회사처럼 존재한다. 바닐라비·발리·버버리·바자·빈폴·부르주아 등 명품로고의 B이니셜을 모아 만들어진 B로고의 형태는 권위적인 동시에 풍자적이다. 또 ‘불특정 대상’, ‘B급’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니는 것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소비 이데올로기와 평등, 그러한 사회체제를 대변하고 있다.

가구디자인 전공자 6명으로 구성된 그룹 ‘노네임노샵’은 상업화 물결 속에서 상품화될 수 없었거나, 상품화되지 못한 것들을 새로운 가구와 공간 및 상품으로 제작한다. 노점 형식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숍프로젝트 중 하나인 작품 ‘헬피(help-y) 크리스마스 숍’은 모든 사람이 즐기는 축제적인 이미지의 크리스마스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추운 길 위에서 얼어죽은 성냥팔이 소녀처럼 소외된 사람의 죽음, 사회에서 희생된 사람을 돌아보자는 뜻에서 성냥과 성냥팔이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종이 세트를 만들었다. 제품값 1만원은 기부금으로 쓰이면서, 시장이 요구하지 않았으나 사회적 의미를 갖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독특한 상품의 위치를 갖게 된다.

▲ 프로젝트그룹옆〔엽〕의 ‘유쾌한 상상-만화가의 방’.

 
이 밖에 팝아트 1세대로 회화작품뿐 아니라 가방, 티셔츠, 다이어리, 스카프, 컵 등 자신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아트상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이동기, 2006년 쌈지와 협업으로 의상, 소품, 패션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이벤트를 선보인 낸시랭 등의 작품도 전시된다. 김태중·김영·안지미+이부록·김기라·프로젝트옆(엽)·제이엔제이 크루·김현준 등의 작품도 전시된다. 8월22일까지. (02)598-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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