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예쁜 풍경이라도 지나치게 사람 손 탄 티가 나면 물리기 마련이다. 한데 전북 고창 학원농장은 좀 다르다. 잘 정리된 구획이나 곳곳의 전망대를 보면 사람이 정성스레 가꾼 게 분명한데도 어색하기보단 편안하다. 오직 보여주기 위한 '인공'과 삶을 위해 건강하게 가꾸는 '생활'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늦여름 학원농장의 주인은 파도처럼 넘실대는 해바라기다. 봄날의 청보리가 지나가고 가을의 메밀꽃에 자리를 내주기 전 틈새를 메우는 노란 꽃밭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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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 진영호(61)씨는 "메밀꽃 필 때 해바라기도 피면 화려할 것 같아 약 1만평(약 3만3060㎡) 정도 밭에 심기 시작했는데 해바라기가 늘 생각보다 빨리 핀다"고 했다. 진씨는 1963년 이 농장을 만든 고(故)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
농장으로 들어가는 흙길에서 내려다본 해바라기는 시골집 앞에서 한두 개씩 보던 키다리 해바라기에 비해 자잘해 보였다.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자연스럽게 만들어둔 산책로를 따라 '노란 불꽃' 속으로 발을 디뎠다. 사람 기척에 놀란 산비둘기 몇 마리가 후두두 날아오른다. 안에서 둘러본 해바라기는 밖에서 짐작한 것보다는 훨씬 크고 굵고 강해 꽃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 했다. 꽃밭 속에 우주를 이루고 사는 온갖 풀벌레와 새소리는 녹음해 아침 알람 소리로 쓰고 싶을 정도로 상쾌했다. 해바라기는 해만 따라 고개를 돌린다는데, 학원농장의 꽃들은 배시시 웃으며 얼굴을 원두막 쪽으로 일제히 돌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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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무릎 높이까지밖에 자라지 않은 메밀은 9월 초 까마득한 흰 꽃밭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약 2㎞ 길이의 산책로를 설치해 말 그대로 꽃 잔치를 즐길 수 있는 메밀꽃 축제는 9월 5~27일. 입장료는 무료다. 진씨는 "울타리 만들고 표 받는 돈이 더 들 것 같아서 입장료 안 받는다"며 "하하" 웃었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산119-2·063-564-9897· www.borinara.co.kr
눈의 호사를 만끽한 후 뻣뻣한 온몸을 노곤하게 풀어주려면 바닷가 바로 옆 '구시포해수찜'이 제격이다. 좁은 시골길 끝에 있는 해수찜의 효력을 제대로 체험하려면 입구에서 꽤 길게 이어지는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해수찜은 바다에서 돌아온 고단한 어부들이 몸을 풀던 목욕법이다.
"가운데 물은 해수에 약쑥 같은 각종 약초를 넣은 건데 엄청나게 뜨거우니까 절대로 손발 담그시면 안 돼요. 타월을 물에 샤부샤부 하는 것처럼 담갔다 꺼낸 다음 조금 식혀서 평소에 아픈 데다가 올려놓으세요. 살이 빨개질 때까지 계속 계속 해야 효과를 봐요."
강추
성곽 둘레 1684m, 높이 4~6m인 고창읍성(고창군 고창읍 읍내리 산9번지·063-560-2710)은 의젓하게 하늘을 덮는 노송(老松)과 빽빽한 맹종죽으로 유명하다. 겨울엔 동백꽃, 가을엔 단풍이 아름다운 선운사(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392-5·063-560-2712)에 들렀다가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에 올라도 좋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창읍 도산리 고인돌 유적지는 동서 각각 약 2.5㎞에 달하는 넓은 들판에 447기의 고인돌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어 세계 최대의 고인돌 군락으로 평가받는다.
여행 문의 고창군청 문화관광과
(063)560-2457· www.gocha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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