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삼성SDS 상장 발표에 이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도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3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1분기 내에 상장을 추진키로 결의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상장을 통해 지난해 재편된 사업부문들의 사업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패션·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상장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은 자체 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삼성가 3세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달 중에 상장을 위한 주관회사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추진일정과 공모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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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는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25.10%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의 자리에 있다.
또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도 각각 8.37%의 지분을 갖고 있어 이 회장의 3남매가 가진 지분은 총 41.84%다. 여기에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 3.72%까지 합하면 이 회장 일가가 가진 지분이 45.56%에 이른다.
KCC(002380)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의 주식가격(1분기 보고서 장부가격 기준)은 8880억9000만원에 이른다. KCC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보유주식수(42만5000주)를 감안하면 주당 가격은 약 208만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격을 적용했을 때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통해 1조3049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상장에 따른 지분가치가 상승하면 이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더욱 늘어난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지분가치도 각각 4351억7552만원에 이르는 등 이 부회장 3남매는 삼성에버랜드 상장으로 2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지난달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발표하면서 확보하게 된 2조원 이상의 현금을 합하면 이 부회장 3남매는 4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자금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상속재원이나 계열사 지분 매입 대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의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졌다.
특히 비상장기업이던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상장계획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재계에서는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일반 지주회사인 삼성전자홀딩스(가칭)와 사업 자회사인 삼성전자로 나뉜 뒤 삼성전자홀딩스와 에버랜드가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에버랜드 상장으로 이 부회장이 앞으로 만들어질 삼성그룹 지주회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자회사로 분할한 뒤 양사가 합병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지배주주 일가가 절대적 지분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며 “이후 삼성전자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전자계열사를, 삼성생명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해 금융계열 사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합병 전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 증대 노력 및 그룹 내 삼성에버랜드 또는 삼성물산 지분의 추가 확보를 통해 합병법인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려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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