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앞으로 日本 밥집·술집이 몰려왔다

한국 거리 휩쓰는 일본의 맛
  • 등록 2008-02-14 오전 10:45:00

    수정 2008-02-14 오전 10:45:00

[조선일보 제공] "여기가 서울이야, 도쿄(東京)야?" 서울 홍대 앞 '주차장 골목'을 걷다 보면 이런 의문이 자연스레 머리 속에 떠오른다.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居酒屋)', 일본식 부침개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일본식 불고기 '야키니쿠'집, 일본식 숯불꼬치구이집, 일본식 라멘점, 일본식 튀김 덴푸라 전문점 간판이 어쩜 이렇게 많을까. 몇 개나 되나 궁금해 세봤다. 1㎞가 채 되지 않는 주차장 골목에만 13곳, 이어지는 더 좁은 골목 안까지 합치면 20곳이 넘는다. 한글은 아예 한 글자도 없는 간판도 적지 않다.

한국 사람에게 일본 음식은 '사시미'나 '스시'가 거의 전부였다. 각종 생선회가 모둠으로 나오고, 수십 가지 '쯔끼다시'가 딸려 나오는 그런 일식집을 한달에 한 번은 가봤을 테니까. 하지만 일본인에게 이 '한국식 일식'은 낯선 것이었다.

그러다 새로운 일식이 한국을 휩쓸었다. 1990년대 초반, '로바다야키(爐端燒)'가 일본인이 많이 사는 동부이촌동부터 서울 전역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일본식 안주가, 푸짐하고 푸근하지만 세련되진 않았던 한국 술집에 식상한 한국사람들에게 어필했다. 경기가 꽤 좋았던 시절이라 메뉴판에는 가격이 적혀 있지 않은 곳이 멋있어 보이던 시절이었다.

로바다야키의 인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들해졌다. 일본 경기가 나빠지고, 반대로 한류로 한국문화가 아시아에서 각광 받으면서 일식의 인기도 사그라지는 듯했다.

상황은 2000년대 들면서 뒤집어졌다. 반일감정이 차츰 사라졌다. 해외여행이 폭발했고, 마침 일본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 물가가 비싸서 엄두도 못 냈던 일본 여행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일본문화를 직접 체험한 사람이 늘었고, 거부감도 줄었다. 

▲ 서울 홍대 앞‘주차장 골목’부근. 이자카야, 오코노미야키, 라멘처럼 서민적 일본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몰려있다./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홍대 앞 또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촉수를 가진 이들이 모여드는 지역에 일본식 술집과 밥집이 속속 들어섰다.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가 특히 잘 된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이자카야는 3~4년전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해 프렌차이즈점이 등장할만큼 인기를 끌었다"면서 "이제는 이상한 곳들은 정리되는 단계지만 전통적이고 잘 하는 집은 여전히 성업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살다 온 한국인이나 재일교포, 아예 일본인이 주인인 곳들이 많다. 과거와 비교가 안되게 현지에 밀착한 맛과 분위기다. 로바다야키가 고급스럽고 비싸고 세련됐다면, 이자카야는 서민적이고 친숙하고 소규모이다. 이자카야 안주는 값비싼 생선회나 '한국화된 일식'보다는 꼬치구이, 군만두, 생선조림, 고로케, 튀김처럼 '평범한' 일본사람들이 '평소' 먹는 음식이다. 조금씩 맛깔스럽게 나온다. 여성들은 배 부르지 않아 좋아하고, 미식가들은 여러 가지 안주를 고루 맛볼 수 있어 만족한다.

요즘은 일본식 부침개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이 하나 둘 생겨나는 추세다.

일식 안주이니 술은 일본식 청주(淸酒) '사케'를 곁들이는 손님들이 많다. 도수가 13~15도로 한국의 소주와 비교하면 훨씬 부드럽다. 홍대 앞 한 이자카야에서 고로케와 '오뎅탕'을 사이에 두고 사케를 홀짝이던 커플은 "맛과 향이 다양하다.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솔직히 소주 등 한국 술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재미 아닌가. 그래서 즐겨 마신다"고 했다.

거세게 몰려오는 '일식 물결', 당분간 누그러지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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