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에게 일본 음식은 '사시미'나 '스시'가 거의 전부였다. 각종 생선회가 모둠으로 나오고, 수십 가지 '쯔끼다시'가 딸려 나오는 그런 일식집을 한달에 한 번은 가봤을 테니까. 하지만 일본인에게 이 '한국식 일식'은 낯선 것이었다.
그러다 새로운 일식이 한국을 휩쓸었다. 1990년대 초반, '로바다야키(爐端燒)'가 일본인이 많이 사는 동부이촌동부터 서울 전역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일본식 안주가, 푸짐하고 푸근하지만 세련되진 않았던 한국 술집에 식상한 한국사람들에게 어필했다. 경기가 꽤 좋았던 시절이라 메뉴판에는 가격이 적혀 있지 않은 곳이 멋있어 보이던 시절이었다.
로바다야키의 인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들해졌다. 일본 경기가 나빠지고, 반대로 한류로 한국문화가 아시아에서 각광 받으면서 일식의 인기도 사그라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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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또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촉수를 가진 이들이 모여드는 지역에 일본식 술집과 밥집이 속속 들어섰다.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가 특히 잘 된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이자카야는 3~4년전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해 프렌차이즈점이 등장할만큼 인기를 끌었다"면서 "이제는 이상한 곳들은 정리되는 단계지만 전통적이고 잘 하는 집은 여전히 성업 중"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일본식 부침개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이 하나 둘 생겨나는 추세다.
일식 안주이니 술은 일본식 청주(淸酒) '사케'를 곁들이는 손님들이 많다. 도수가 13~15도로 한국의 소주와 비교하면 훨씬 부드럽다. 홍대 앞 한 이자카야에서 고로케와 '오뎅탕'을 사이에 두고 사케를 홀짝이던 커플은 "맛과 향이 다양하다.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솔직히 소주 등 한국 술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재미 아닌가. 그래서 즐겨 마신다"고 했다.
거세게 몰려오는 '일식 물결', 당분간 누그러지지 않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