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시종일관 솔직했다. 홈 IoT 가입자 수(43만 가구)가 통신 3사 중 1등이라든지, 영업 현장에서 SKT나 KT를 제친 직원들을 존경한다든지, LG디스플레이·LG화학에서 10 여년간 익힌 자신의 글로벌 감각을 믿는다든지 하는 대목만이 아니었다.
업계에선 잦은 뒷 담화 소재였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과의 친분이나 다단계 영업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권 부회장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고등학교(경기고)와 대학(서울대)을 같이 다닌 동창 사이다. 때문에 LG유플러스가 법인폰의 일반 유통망 불법 판매 단독 사실 조사를 거부(조사방해)했을 때, 둘의 친분이 작용해 항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다단계 문제 역시 이번 국정감사 때 관련 임원과 다단계 판매점, 피해자 모임 대표, 시민단체 간사가 출석을 요청받을 만큼 논란이 한창이다.
하지만 그는 뒤로 빼지 않고 “방통위와의 관계에서 조금 소란스러웠던 해프닝이 있었는데, 뭔가 원칙대로 해보자는 움직임이 소통과정에서 많은 오해를 낳았다. 아무리 좋은 뜻이어도 소통을 잘하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다단계 자체는 글로벌이 쓰는 마케팅 수단인데 우리나라에서 잘못 인식된 면이 있고 우리 역시 문제점이 있어 총력을 다해 개선하겠다”면서도 “겸허하게 수용할 것은 언제든지 하겠으나 논란 때문에 접는 것은 1등으로서 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업무 시간을 줄이고 직원들을 풀어(?)주면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한 임원은 “처음엔 5시에 방송하고 불을 꺼도 회의를 계속하려 했지만 눈치가 보이더라. IT사업이라는 게 제조업과 달라 페이퍼 작업이 많은데 이게 대부분 쓸모가 없다. 오히려 (페이퍼의 량보다는) 젊은 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더라”고 했다. 그 역시 바뀐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딸이 골라준 통이 좁은 바지를 입는다고 했다.
권영수 부회장이 LG유플러스(032640) 2대 CEO로 와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전임 이상철 부회장 때와는 또 다른 색깔을 보여주며 직원들의 사기는 높아지고 있는 듯했다.
이상철 전 부회장(현 고문)은 KT사장,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거친 대한민국 최정상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2010년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이 합병한 통합LG텔레콤(LG유플러스)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LTE망에대한 선제 투자를 감행한 덕분에 LTE 시장에서 한때 KT를 제치기도 했다. 점유율이 증가한 것은 물론 가입자당매출(ARPU)에서 KT를 넘어서면서 꼴찌 LG텔레콤이 아닌 1등 유플러스 DNA가 싹트기 시작했다.
통신 업계에서 탈통신(통신에서 벗어난 플랫폼 전략)이나 비디오와 사물인터넷(IoT)이 여는 미래 세상(기술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의 LTE 같은 것)을 처음 제시한 것도 이 부회장이었다. 그는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이상과 원칙을 지키는, 배짱과 의지가 돋보이는 위대한 지도자 유비와 닮았다.
그렇다면 권 부회장은? 일선 영업현장과 직원들을 직접 챙기는 야전군 사령관 같은 모습이고, 필요하다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누구라도 솔직하게 만나는 실사구시형 성격이 다른 나라와 적극 소통했던 손권과 비슷하다. 최우석 씨가 쓴 ‘삼국지 경영학’이란 책에는 조조와 유비는 창업형 CEO(1대 CEO)로, 손권은 2대 경영에 맞는 CEO로 소개돼 있다. LG유플러스의 두번째 CEO가 손권 스타일이어서 다행일까. LG유플러스 한 임원은 “이 부회장이 드림어(Dreamer)이자 전략가라면 권 부회장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CEO”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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