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국내제약사들이 보험의약품 시장에서 집단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단행된 일괄 약가인하 여파에서 벗어나 전반적으로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당수는 약가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시장에서 만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대신 판매하면서 정작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양승조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제약사별 EDI 청구금액에 따르면, 국내업체들이 대체로 하락세를 기록한 반면 다국적제약사들은 상승세를 보였다. EDI 청구금액은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하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되는 금액을 말한다. 비급여 전문의약품, 약국에서 팔리는 일반약의 판매량을 제외한 처방실적이다.
| 2013년 상반기 제약사별 청구실적(단위: 억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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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가 처방실적 1위를 차지한 점이 눈에 띄는 변화다. 노바티스는 올 상반기 2300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대웅제약을 제치고 전체 1위에 올랐다.
대웅제약(069620)은 작년 상반기보다 4.6% 하락하면서 노바티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종근당(001630),
동아에스티(170900), CJ제일제당, 한독, 일동제약, JW중외제약 등 국내업체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처방실적이 동반 하락했다.
지난해 4월 단행된 일괄 약가인하가 제약사들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사들의 최근 들어 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 보험의약품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매출 손실을 만회했다는 얘기다. 약가인하 이후 제약사들은 발기부전치료제, 필러, 건강기능식품 등 당국의 약가 정책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 판매를 대행하면서 외형만 키웠을 뿐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유한양행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대비 26.3% 증가하면서 매출 순위 업계 1위에 등극했지만 정작 처방실적은 지난해보다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유한양행(000100)은 그동안 베링거인겔하임, 길리어드 등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로슈, 오츠카제약 등의 신약을 장착한 종근당은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12.7% 늘었지만 보험의약품 매출은 1.8% 줄었다.
이에 반해 다국적제약사들은 약가인하에도 불구하고 보험의약품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노바티스,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이 전년대비 처방실적이 감소했을 뿐 한국MSD, 아스트라제네카, 한국BMS, 베링거인겔하임 등은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국내업체의 영업가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이들 업체는 대웅제약, 보령제약, 유한양행 등과 손잡고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