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000억 장학재단 기부’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 별세

교육재단 설립 장학사업 열성
23년간 장학생 수 1만2000명
  • 등록 2023-09-14 오전 9:46:43

    수정 2023-09-14 오후 3:53:45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인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의 설립자 이종환 전 삼영화학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새벽 1시 48분 서울대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0세. 관정 이종환 회장은 “정도대로 살라, 정도가 결국 이긴다”, “서로 용서할 줄 알아라”,“우리 관정장학생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걸 보지 못하고 가게 돼 무척 아쉽다”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종환 전 삼영화학그룹 회장.(사진=삼영화학그룹)
관정은 1924년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나 마산고등학교를 졸업했고 1944년 일본 메이지대학교 경상학과를 2년 수료했다. 그 후 학병으로 끌려가 소, 만 국경과 오키나와를 오가며 사선을 넘나들다가 해방을 맞이했다.

고인은 1958년 삼영화학공업 주식회사를 창업했고 현재는 삼영중공업 등 16개의 회사를 거느리는 삼영그룹으로 발전시켰다. 오늘날에는 상품 포장재 생산 국내 1위,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소재인 캐퍼시터 필름의 세계 3대 메이커로 성장시켰다. 최근에는 전기차용 두께 3마이크론의 캐퍼시터 필름을 개발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별세하기 10여일 전까지 장학재단을 직접 챙기고 산하 기업들의 생산을 현장 지휘하는 등 경영 일선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한 보기 드문 초고령 창업 1세대 기업인이었다.

대한민국과 인류 발전을 위한 세계 1등 인재 육성을 목표로 2000년 6월에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지금까지 쾌척한 그의 재산액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돈을 버는 데는 천사처럼 할 수 없어도 쓰는 데는 천사처럼 하련다’는 고인의 행동철학이 실천된 것이다.

그는 재산을 기부해 장학사업을 추진할 때 사재의 사회환원하는 결단이 서자 재산을 정리해서 재단에 넣는 절차를 숨가쁘게 밟아나갔다. 그는 “한 건씩 넣을 때마다 내 재산은 줄어들었지만 내 마음은 더 커져 가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사람들은 나를 바보라 할지 모른다. 그것은 베풂의 기쁨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자서전에서 “인생은 어차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빈손으로 왔다가 손을 채운 다음(滿手有) 갈 때는 빈손으로 가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나는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고 술회했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대한민국 최우수 인재들을 선발해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연이공계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재단은 매년 국내·외 장학생 1000명에게 총 15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으로 발전했다. 관정재단 장학생 수는 지난 23년간 1만2000여명에 이르고 박사학위 수여자도 750명에 달한다. 총 장학금 지급액은 올해 기준 2700억원에 이른다. 관정은 2012년 당시 600억원을 투척해 서울대에 중앙도서관 관정관을 신축 헌정했다.

관정은 이러한 사회기여와 장학공로로 2003년 금탑산업훈장, 2009년 민간최고 훈격인 국민훈장무궁화장을 수훈했으며 백범문화상(2004년), 4.19문화상(2021년)도 수상했다. 중국 따렌(大連)에 케퍼시터 필름공장 대련삼영화학유한공사를 세워 중국의 전자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련명예시민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이석준 삼영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 2남 4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 발인은 오는 15일 오전 8시 30분, 장지 경기도 의왕시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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