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부품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이폰 금지령’과 ‘화웨이 돌풍’으로 중국에서 애플의 입지가 좁아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반기 애플발(發) 실적 개선을 기대해온 국내 부품사들은 실제 아이폰15 출시 후 상황을 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애플스토어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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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아이폰 사용을 쓰지 못하게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전에도 안보를 이유로 일부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기관 소속 공무원들에게 자국산 휴대전화를 쓰도록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체 공공기관과 공무원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화웨이와 틱톡 사용을 규제하자 중국이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가 중국 현지에서 아이폰15 대체재로 떠올랐다. 초기물량이 수시간 만에 매진되고 구매 대기 행렬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선 중국 정부의 공무원·공공기관 아이폰 금지령이 민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아이폰 선호도가 높지만 당국의 지침이 애국소비 심리를 부추겨 아이폰 대신 화웨이 신제품으로 수요가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중국은 애플 매출 중 약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큰 손’ 중 하나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이폰 금지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에게만 한정되면 아이폰 수요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겠지만 민간소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사진=화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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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의 유탄은 한국 기업에 튀었다.
LG이노텍(011070)은 아이폰15 프리미엄 제품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한다.
LG디스플레이(034220)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애플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납품한다. 중국 내 아이폰 수요 부진으로 판매가 감소하면 국내 부품사들에도 적잖은 충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하반기는 국내 부품사들이 아이폰 효과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꾀하는 시기다. 보통 9월 중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된 후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면서 국내 부품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은 하반기에 가장 두드러진다. 글로벌 불경기로 상반기 성과가 부진한 탓에 하반기에 거는 기대가 더 컸는데 실적 개선을 방해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난 셈이다.
국내 부품업계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오는 12일 애플이 아이폰15 시리즈를 출시한 이후 실제 중국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금지와 화웨이의 인기는 국내 기업들에게 좋지 않은 이슈인 건 맞다”면서도 “아이폰15 출시 후 실제 시장 반응이 어떤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