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무료할 땐 마트로 가요"…경험 팔아 '반전' 물꼬 튼다

''온라인 공세'' 대형마트의 두번째 진화
이젠 할인과 경험, ''연결''을 사는 곳으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도 "공간 혁신"
리뉴얼 소기의 성과…이마트도 실적 개선
  • 등록 2024-12-01 오후 2:42:26

    수정 2024-12-01 오후 2:42:26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대형마트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매장 리뉴얼은 과거부터 지속하던 흐름이었지만 현재는 전략이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특정 카테고리 품목을 대거 취급해 버티컬(전문몰)과 같은 매장으로 변모하거나 아예 시식을 메인 콘텐츠로 삼는 등 그 양상이 다양화하는 추세다. 적극적인 매장 혁신을 통해 이커머스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28일 메가푸드마켓 라이브로 리뉴얼한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오늘의 요리 라이브’ 시식 코너에서 요리 전문가가 직접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1층 반려동물에 내주고…‘시식’ 메인 콘텐츠로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홈플러스는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을 ‘메가푸드마켓 라이브점’으로 리뉴얼했다. 이미 한 차례 일반 매장에서 메가푸드마켓으로 변신한 데 이어 이번에 메가푸드마켓 라이브로 한 번 더 리뉴얼한 것이다. 메가푸드마켓은 홈플러스의 식품 전문매장이다. 2022년부터 일반 매장을 전환 중이다. 이곳은 비식품류보다 신선식품, 즉석식품, 간편식 등 먹거리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2년 만에 다시 새로운 매장인 메가푸드마켓 라이브를 선보인 셈이다. 이 매장은 ‘재미있는 소비’에 중점을 두고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콘셉트다. 예컨데 시식 코너에 요리 전문가가 등장해 ‘쿡방’처럼 조리 과정을 선보이거나 제품을 소개하는 식이다. 유혜경 홈플러스 리테일 경험 본부장은 “오프라인 마트가 죽었다고 하지만, 무료한 휴일에 생각나는 곳이 마트”라며 “방문해서 시식만 해도 좋은 마트가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고 했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139480)는 일찌감치 미래형 매장을 선보여왔다. 홈플러스가 메가푸드마켓 라이브에 도입한 ‘참치 해체쇼’ 등 콘텐츠도 사실 이마트가 먼저 도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평소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해왔다. 할인보다 체험을 팔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고객수와 체류 시간에서 성과를 보면서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이마트는 8월 이마트 죽전점을 ‘스타필드 마켓 죽전’으로 리뉴얼했다. 5개월간의 시간을 들인 프로젝트다. 과거처럼 판매 시설을 촘촘히 배치하는 것이 아닌 매장의 핵심 공간을 다양한 고객 참여형 시설로 채웠다. 스타필드의 ‘북그라운드’(책마당) 같은 요소를 마트에 심었다. 이마트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3개의 점포를 리뉴얼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내 또 다른 형태의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식료품을 특화한 새로운 유형의 점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버티컬(전문몰)과 같은 매장 리뉴얼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4일 신길점 1층 340평(1124㎡) 공간을 ‘콜리올리 펫타운’으로 리뉴얼했다. 대형마트 1층 전체 공간을 반려동물울 위한 제품과 콘텐츠로 채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롯데마트는 매장에 와인숍 ‘보틀벙커’를 입점시키는 전략도 펴왔다. 이커머스가 파고들기 힘든 분야를 공략한 셈이다.

지난 8월 ‘스타필드 마켓 죽전’으로 리뉴얼된 이마트 죽전점의 모습. (사진=이마트)
소기 성과 나타나지만…온라인 성장 여전히 무섭네

마트업계는 이런 진화를 통해 이커머스의 공세에 맞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소기의 성과도 거두고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스타필드 마켓 죽전은 지난 8월 29일 리뉴얼 개장 이후 9월 말까지 고객 수가 전년동기대비 49% 늘어나고 신규 고객 수도 180% 증가했다. 홈플러스도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한 24개점이 평균 2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실적 개선세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간 적극적으로 매장 리뉴얼을 해온 이마트는 올해 3분기(별도기준) 매출 4조 6726억원, 영업이익 1228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5.3%, 11.4% 증가한 수치다. 별도 영업이익은 2020년 3분기 이후 분기 최대치다. 이마트는 공간 혁신으로 신규 고객이 유입된 것을 실적 개선 배경으로 들었다.

다만, 무조건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쿠팡 등 이커머스의 성장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온·오프라인을 포함한 국내 주요 23개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7% 상승한 15조 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3.9% 늘었지만,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동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매장 혁신의 방향성은 단순 매장 리뉴얼을 넘어서 소비자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닌 고객이 머물고 즐기는 플랫폼으로 변모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커머스의 성장 속에서도 오프라인 매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연결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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