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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장나라·하하의 매니저였던 임용수 씨는 ‘빵’으로 유명했다. 유명 제빵회사 공장장이던 아버지로부터 이른 새벽 갓 구운 빵을 조달받아 방송사에 돌렸다. 그 당시 PD들 책상에는 경옥고와 빵이 나란히 올려진 날이 많았다.
배우와 가수를 발굴하고 데뷔시켜 스타로 키우는 사람. 매니저를 ‘가방모찌’(가방을 대신 드는 사람)로 낮춰 부르던 시절의 얘기다. 이들은 신변 경호에서부터 차량 운전, 스케줄 관리 등 스타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자신이 담당하는 연예인의 입장을 대변함은 물론 콘텐츠를 발굴하고 기획해 알리는 일까지 연예인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업무 일체를 도맡는다.
‘스타는 스스로 반짝이지 않는다.’ 싸이더스HQ 전 본부장이던 박성혜 오보이프로젝트 대표의 말이다. 그들 뒤에는 늘 ‘능력 있는 매니저’가 그림자 혹은 실처럼 따라다녔다. 초기 개념은 ‘연예인을 수행하는 사람’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유흥업소에서 가수 섭외를 도맡는 연예부장, 운동선수 혹은 경호원 출신이 상당했다. 한때는 주먹세계의 일원이 매니저를 한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을 정도다. 매니저가 되는 방법 역시 뚜렷하지 않았다. 선후배, 친구 등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매니저가 돼 도제식으로 일을 배워나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2000년대 들어 연예계가 산업화되면서 매니지먼트업계 역시 큰 변화를 맞았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매니저가 해외를 오가며 업무를 하는 경우도 늘었다. 지금은 4년제 대학 출신이 대부분이고, 해외 유학파도 간간이 눈에 띈다. 업무가 세분된 것도 달라진 특징 중 하나다. 크게는 해외사업과 국내사업, 작게는 발굴·기획·홍보·마케팅 등으로 역할이 나뉘었다. 매니저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교육기관까지 생겨났다. 대학에 연예매니지먼트 학과가 생기는가 하면, 사설교육기관에 연예기획사에서 직접 교육해 매니저를 뽑기도 한다.
이렇듯 매니저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매니저는 여전히 힘든 직업이다. 매니저 열에 다섯 명 정도는 수습기간인 3개월을 못 버티고 중도 하차한다. 이마저도 1년이 지나면 다시 반으로 준다. 업계에선 “수시로 모집공고를 내는데도 현장 매니저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쉽게 말해 매니저는 요즘 환경에서도 여전히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3D 직업이라는 뜻이다.
20년 전 매니저 초봉은 월 30만원 선이었다. 작은 기획사가 난립해 회사가 망하면 이마저도 떼이기 일쑤였다. 그런 적은 임금을 받고도 밤낮없이 일했다. 요즘 매니저 대부분은 4대 보험에 퇴직금까지 보장받는 정규직이지만 당시에 이런 처우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대우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아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로드매니저 초봉은 평균 월 120~150만원 선으로 여전히 낮다. 근무시간이 줄었다고는 해도 연예계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불규칙한 생활은 불가피하다. 그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죄송합니다”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본인의 잘잘못과 상관없이 현장에서 불거지는 모든 문제와 마찰은 ‘매니저’ 탓이 된다. ‘매니저’ 덕에 잘됐다는 소리는 웬만해선 듣기 어렵다. ‘공’은 연예인이, ‘과’는 매니저가 떠맡는다.
매니저는 연예인을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드라마·영화·예능프로그램 등에 캐스팅을 제안하고, 스케줄을 조율해야 한다. 신인을 발굴하고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연예인도 이미지 개선을 통해 새롭게 부각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매니저의 역할인데 그러자면 언론과의 유대관계는 필수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한 매니저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배우·가수에 감독·PD·기자 등 결국에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며 “우리는 감정노동자”라고 말했다.
매니저가 혼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업무 분업화로 몸이 편해진 만큼 기회가 따라서 줄기는 했다. 국내 빅3 가요기획사로 꼽히는 YG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매니저가 재킷 디자인부터 마케팅, 홍보 등 모든 단계에 관여해 2~3년이면 업무 파악이 가능했는데, 분화된 요즘 매니저의 경우에는 10년쯤 돼야 자기 회사를 차릴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는 등 기회는 확실히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엄정화·엄태웅·김윤석·유해진 등이 속한 심엔터테인먼트에서 매니저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경력 5년 차 한상현 팀장은 “매니저는 힘들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 직업”이라며 “심정운 대표가 회사 매니저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매니저의 성공에는 계산과 통계가 없다’는 것이다. 실패할 수 있지만 꿈을 크게 가질 수 있다는 것, 우리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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