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G가 1등 하는 나라..`브라질은 제2의 내수시장`

LG전자, 브라질서 LCD TV·PDP TV 등 주요 제품 점유율 1위
물류비용 높지만…"정부 혜택 커 현지생산이 답"
6초에 한 대씩 LCD TV 생산…"이래도 물량 부족할 정도"
  • 등록 2011-01-18 오전 11:00:02

    수정 2011-01-18 오후 1:41:17

[마나우스= 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세계에서 가장 긴 강 아마존. 아마존과 이 강을 둘러싼 광활한 저지대 대부분은 브라질 국토에 속한다.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땅덩어리를 가진 브라질에서 아마존과 강 주변 저지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이곳에는 정부의 입김이 닫지 않는 불법 비행장만 560여개가 있다. 브라질 아마조나스 주에서 아마존 강을 타고 아마조나스 주 끝까지 배로 이동하는 시간은 33일.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크기인 셈이다.

아마존 강의 지류인 니그로 강 왼편에는 브라질 경제의 중심지인 마나우스가 있다. 이곳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의 생산 거점이 자리 잡고 있다.

LG전자(066570)의 남미 시장 공략 거점도 이곳, 아마존 주 마나우스에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16억달러에 달하는 LG전자 최대 생산 거점이다. 마나우스에서 생산된 LCD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90%는 브라질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다. 내수 중 70%는 브라질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에서 소비된다.

◇ 막대한 물류비용…"그래도 현지 생산이 정답" 브라질은 무척 넓다. 여기에 아직 마나우스를 포함한 아마존 지역의 인프라 수준은 떨어지는 편이다. 오죽하면 마나우스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칠 방법이 없어 브라질에서 가장 범죄율이 낮은 곳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일까.

당연히 브라질에서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는 막대한 물류비용이 들어간다. 마나우스에서 생산된 제품은 아마존 강을 타고 벨렘이라는 물류 거점으로 운송된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바지선으로 3~4일 정도.

▲LG전자 마나우스 법인의 생산 물품 운송도. 최소 10일이 걸리는 거리로 막대한 물류비용이 들어간다.
벨렘으로 운송된 제품 대부분은 항로를 통해 상파울루로 간다. 걸리는 시간은 21일. 급한 물량은 육로로 가는데 운전사가 24시간 운전해서 상파울루까지 가는 시간은 4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6일이 걸린다.

어마어마한 물류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기종 LG전자 마나우스법인장 전무는 "사실상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상파울루로 운송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LG전자는 왜 굳이 머나먼 이국 땅인 브라질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일까. 김 전무의 답은 간단했다. 마나우스에서 생산하는 것이 손익 측면에서 훨씬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마나우스는 현재 `마나우스 프리 존(Zona franca de Manaus)`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 1967년 아마존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밀림 벌목을 줄이기 위해 지정됐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은 브라질 정부로부터 수입세, 공업세 등에서 최대 100%의 세금감면을 받고 있다.

국내에 있는 생산기업과 그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는 셈. 김 전무는 "브라질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과 달리 외국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는 브라질 정부가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라며 "국내 제조사가 브라질 현지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러한 혜택에 따라 브라질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LG전자의 성적표는 어떨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브라질 LCD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30%였다.

월별로는 매월 30% 이상의 점유율(금액기준)을 기록하며 브라질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김 전무는 "브라질 시장은 몇 개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형태를 보인다"라며 "가전제품 전 분야에서 LG전자는 압도적인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LG전자가 브라질 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 "라인 생산 방식으로 물량 잡는다" LG전자 마나우스 법인의 TV 생산 공정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었다. 최근 가전업계에는 셀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데 비해 LG전자 마나우스 법인은 라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던 것.

라인 방식은 라인을 타고 흐르는 제품을 직원이 조립하는 방식으로 소품종 다량생산에 어울린다. 반면 셀 방식은 한 명, 또는 몇 명의 작업자가 한 작업대에서 자신이 맡은 제품을 완제품으로까지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방식이다.
▲LG전자 마나우스 법인에는 각 라인 별로 제품의 평균 제조시간을 집계한 시계가 달려있다. 평균 LCD TV 제조시간은 6초.
왜 LG전자는 아직 라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을까. 김 전무는 그 이유에 대해 "브라질 시장은 아직 소품종 다량생산이 적합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라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시장 성장세에 대응할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브라질 시장에서 LG전자의 월별 LCD TV 점유율은 최근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공급부족에 따른 점유율 하락이라는 것이 김 전무의 설명이다. 라인 방식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방법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LG전자 마나우스 법인의 LCD TV 생산 라인에는 커다란 시계가 각 제조 라인별로 달려있다. 시계에는 라인에서 생산되는 LCD TV의 평균 생산 시간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이 법인에서 LCD TV 한 대가 생산되는 시간은 평균 6초. 10분 넘게 시계를 지켜보니 간간이 2초대의 평균 생산 시간도 기록됐다. 이러한 고속 생산의 힘으로 LG전자는 브라질 시장에서 LCD TV 점유율 30%로 1위, PDP TV 59% 1위, 모니터 33% 1위, 오디오 31% 1위 등 주요 제품 점유율 1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산물일까. LG전자의 브라질 내 브랜드 선호도는 74.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외국 투자 기업이 현지 회사를 망하게 했다는 브라질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에도 높은 선호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김 전무는 "올해 마나우스 법인 매출액 목표를 20억달러로 잡았다"라며 "앞으로 브라질에서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도 진행되는 만큼 브라질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LG전자의 노력이 `제2의 내수시장`인 브라질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LG전자 마나우스 법인에서 현지 직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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