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2주 당일치기 여행 - 경북 봉화 청량사

산길따라 한걸음 한걸음…
마음속 구름 걷히듯 ''청량''해졌네
  • 등록 2008-12-11 오후 12:05:00

    수정 2008-12-11 오후 12:05:00

[조선일보 제공] 유난히 칼바람이 매서운 날 경북 봉화 청량사(淸凉寺)를 찾았다. 산으로 오르는 길, 12월이라 그런지 마음이 어지럽다. 지그재그 이어진 길이 끝나고 하늘이 열리며 산사가 반겨 맞는다. 번잡했던 마음도 구름 걷히듯 시원해진다. 이 맛에 산사를 찾는다.

가파른 길 때문인지 찻집 안심당(安心堂) 앞에 다다랐을 때 추위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보통은 절을 다 둘러보고 돌아가기 전에 안심당에 들러 차를 한
잔하곤 했다. 이날은 춥기도 하고 다리도 쉬고 싶어 안심당 문을 먼저 열었다. 경내 약수터도 얼어붙어 얼음을 깨서 끓였다며 차를 내왔다. 남쪽으로 열린 두 개의 통유리 창으로 앙상한 겨울 풍광이 보인다. 마치 커다란 액자를 걸어놓은 듯하다. 저 유리창으로 비가 그치고 운무가 피어오르고, 눈이 쌓이고, 꽃이 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철따라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

▲ 조선영상 미디어

 
뜨거운 차로 몸을 덥힌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다가 갑자기 뚝 끊긴다. 신라시대 문무왕 때(663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청량사는 청량산(淸凉山) 열두 봉우리 한가운데 옴폭한 곳에 터를 닦았다. 봉우리들이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고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가운데를 들썩이게 만들기도 한다. 바람이 어지러운데 마당엔 떨어진 나뭇잎이 거의 없다. 아침에 했을 빗질 자국이 마당에 그대로 남아 있다. 빗자국이 보이는 마당과 사람 다니는 길마다 보폭에 맞게 깔아둔 나무 계단, 단아한 법당, 요사채 평상에 새 먹잇감으로 내놓은 홍시…. 모든사물들이 평화롭고 저마다의 질서를 지닌 듯 보인다.

주법당인 유리보전(琉璃寶殿)은 규모는 아담하지만 볼수록 정이 간다.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해준다는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을 모신 법당이다. 현판을 올려다 보면 글씨가 아주 힘이 넘치는데 고려 공민왕(恭愍王)의 친필이란다. 불자는 아니지만 사찰을 찾을 때면 불상 앞에 절을 하곤 하는데 마침 약사여래불이라고 하니 평소에는 세 번 만 하던 것을 아홉 번이나 했다. 소원은 늘 그렇듯‘가족 건강’이다. ‘해가 갈수록 빠르게 늙는 아버지, 술 좀 끊고 건강해지셨으면’하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법당 아래 우람한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올곧게 뻗어 올라가다가 어른 키 두 배 높이 즈음에서 가지가 세 개로 갈라진 모습이 특이하다. 법당 아래 삼층석탑 앞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봉우리로 둘러싸인 절의 위치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유리보전 왼편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지난 5월에 완공된 하늘다리에 이른다. 빠른 걸음으로는 30~40분 정도, 보통 걸음으로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해발 800m 상공에 걸린 하늘다리다. 국내 최고(最高), 최장(最長)이라고 하더니 과연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걷는데도 마주 오는 사람의 발걸음, 바람에 의해 다리가 조금씩 출렁거린다. 대담한 이들은 아예 대놓고 흔들어 보기도 한다. 하늘을 걷는 기분이 이런 걸까. 짜릿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늘다리를 건너 마지막 힘을 내 철계단을 오르면 청량산의 정상인 장인봉(해발 870m), 조금 더 걸으면 낭떠러지 절벽 위에 마련된 전망대에 이른다. 청량산 일대와 그 아래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사가 심한 등반이 무리라면 청량사에서 응진전으로 이르는 산길을 따라 가벼운 산행을 즐기는 게 좋다. 응진전은 청량사 부속 건물로 비슷한 연대에 창건됐다. 원효대사가 수행하기도 했고, 고려 말 노국공주가 한때 머물기도 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바위 절벽 아래 응진전이 놓여 있고, 그 아래로는 다시 바위 절벽이다.

청량사에서 응진전 가는 길에 산약초를 캐어다가 차를 끓여 등산객들에게 나눠주는 산꾼의 집이며 신라시대 명필로 유명한 김생이 10년간 머물며 글씨 공부를 했던 김생굴, 청량사를 굽어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아 재미가 쏠쏠하다. 응진전에서 하산하면 입석이라는 곳으로 주차장까지 1㎞ 정도 거리다.

등산 자체가 목적이라면 입석에서 시작해 응진전, 김생굴, 자소봉, 두실고개, 자란봉, 하늘다리, 선학봉을 거쳐 장인봉에 이르는 3시간짜리 코스를 택하는 것도 좋다. 하산은 1시간~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여기도 들러보세요

● 청량산박물관

아이들과 함께라면 청량산 입구에 자리한 청량산박물관에 들러보는 게 좋다. 1층에 봉화 홍보실, 2층에 청량산 전시실, 3층에 전망대가 있다. 박물관 옆 농경문화전시관에는 우리 선조들이 농사를 지을 때 쓰던 농기구들과 계절에 따라 다른 농촌 풍경, 민속생화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 낙동강변 가송마을

청량산 입구에서 차로 5분여 거리에 있는 가송마을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청량산 자락의 영향으로 바위 절벽이 병풍을 두른 듯 길게 이어진 강변 풍광이 일품이다.

● 퇴계태실과 도산온천

청량산은 퇴계 이황과 관련이 깊다. 청량산을 워낙 좋아해 자주 찾았으며, 청량사 근처에는 퇴계가 자주 머물며 공부하던 곳에 후학들이 세운 청량정사(淸凉精舍)가 있다. 청량산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안동으로 가다 보면 퇴계 선생이 태어난 마을과 도산서원 등을 지나게 된다. 태어난 곳을 퇴계태실(退溪胎室)이라 하는데 도산면 온혜리에 있다. 이 근방이 옛날에는 토계라고 불렸는데 토계를 '퇴계'로 바꿔 자신의 호로 삼았다고 한다. 온혜리에는 도산온천이 있다. 조용히 산행의 때를 씻고 언 몸을 녹이기엔 제격이다. 도산온천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2500원.

● 청량산박물관 앞에 자리한 까치소리(054-673-9777)가 깔끔하다. 버섯찌개(6000원), 산채비빔밥(7000원)도 좋고, 봉화의 자연송이 맛을 보려면 송이덮밥(1만5000원), 송이전골(2인 4만원)을 주문하면 된다. 봉성장터에 가면 봉성돼지숯불구이촌이 형성돼 있는데 오시오식당(054-672-9012), 청봉숯불구이(054-672-1116)가 대표적. 2인분(500g)에 1만2000원.

● 자가용: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영주→'봉화' 방향 4차선 도로→'청량산' 표지가 계속 나온다. 청량산 주차장에서 30~40분 걸어 올라가면 청량사다.

●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봉화행 고속버스를 이용. 하루 6회 운행, 3시간30분 소요. 봉화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북곡행 군내버스를 이용, 하루 4회 운행, 40분 소요. 혹은 기차 타고 안동역에 내리거나 버스 타고 안동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북곡행 시내버스(67번)를 타도 된다. 시내버스는 하루 5회 운행, 1시간 소요.

청량사 (054)672-1446 www.cheongryangsa.org
청량산 관리사무소 (054)679-6321
청량산박물관 (054)679-6326
도산온천 (054)856-1335
봉화군청 관광 안내 (054)679-6395 http://tour.bonghw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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