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현아 "땅콩 회항 전 와인 두 잔 마셨다"

국토부 "12일 조사서 저녁 자리 음주 사실 진술"
조 전 부사장 사무장 찾아가 사과 쪽지 남겨
  • 등록 2014-12-14 오후 1:44:02

    수정 2014-12-14 오후 3:12:27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회항을 지시한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에 술을 일부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실시한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실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은 이같이 진술했다. 복수의 국토부 관계자들은 “그가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지인들과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와인 2잔을 마셨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조 전 부사장이 탄 대한항공 KE086 항공기는 현지시간으로 저녁을 한참 지난 0시 50분 출발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그가 자신이 취한 상태였다는 의혹을 사실상 부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정·재계 안팎과 증권가 정보지(찌라시), SNS 등에서는 당시 조 전 부사장이 술에 크게 취해 과격한 언행을 보인 것이라는 의혹이 광범하게 제기됐다.

조 전 부사장이 문제 삼은 견과류 제공 서비스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 서비스 매뉴얼을 보면 땅콩은 봉지부터 보여주는 것이 맞다”며 “땅콩 알러지가 있는 승객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한 조합원이 “술이 웬수”라는 글을 남기자 다른 조합원이 “뉴욕 JFK 공항 CCTV를 확인하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는 또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기내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내 서비스 문제로 기장과 협의해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는 대한항공 측 해명과 대부분 일치했다”며 “일부에 대해선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국토부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자리에서도 “(폭언·폭행 등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는 당시 항공기에서 내렸던 박창진 사무장과 조 전 부사장의 바로 앞자리 일등석에 앉았던 박모(32·여)씨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 사무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이 욕설을 하면서 서비스 매뉴얼이 담긴 서류철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찔렀다”며 “승무원과 나를 무릎 꿇린 채 모욕을 줬고 삿대질을 하며 조종실 입구까지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승객 박씨 역시 “조 전 부사장 목소리가 워낙 커서 일반석 승객들도 쳐다볼 정도”였다며 “파일(서류철)을 말아서 승무원 바로 옆의 벽에다 내리쳤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박 사무장은 지난 8일 국토부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폭언·폭행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회사에서 협박과 종용을 통해 허위 진술을 강요했고 국토부 조사관까지 대부분 대한항공 출신이라고 말한 판에 진실을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허술한 보여주기식 조사를 했다는 여론의 거센 비난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토부는 박 사무장을 재조사하기로 방침을 세웠지만 그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한편 대한한공은 조 전 부사장이 이날 해당 승무원과 박 사무장 집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하고 사과 쪽지를 남겼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직접 만나서 사과하기 위해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조만간 조 전 부사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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