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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만에 남북은 다시 애매한 관계로 돌아섰다. 과거 정부만큼 비난을 퍼붓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밀하게 미래를 논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다. 북미 관계 때문이다.
2019년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 영향력이 뚜렷하게 약해졌다. 북미 관계가 멈추면서 남북 관계도 제자리에 섰다. 남북은 북미에 종속된 상태라는 의미나 다름없다.
4·27 2주년, 이를 타개할 기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들어 신년사를 통해 남북 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북미 관계와는 다른 남북 관계 노선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4·15 총선은 문 대통령의 구상에 날개를 달아줄 만한 정치적 사건이었다. 코로나19 대응 속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치솟고 있지만 남북 대화가 활발하던 당시에 미치지 못할 만큼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의 뜻은 한결같다.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연일 김 위원장의 신변을 놓고 다양한 설이 제기되는데 그 실체를 파악하기 난망하다. 김 위원장의 결단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북한 체제 특성상 문 대통령의 입지도 좁아진 셈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부재 속에서는 남북 협력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4·27 2주년을 앞둔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신중하고 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일부가 4·27 2주년에 앞서 남북 동해 북부선 철도 건설 추진을 발표하며 군불을 뗐고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 이후에도 청와대는 물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통일부, 국가정보원이 모두 진화에 나섰지만 한반도 시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을 증폭시킨 미국의 태도도 고려 대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처음에는 “모른다”고 했다가 며칠 뒤 해당 보도가 틀렸다고 했다.
대북 메시지 발신에 앞서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다만 ‘북미 관계에 종속된 남북 관계’를 피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돌파도 필요하다.
북한의 입장에서 북미 협상 과정을 보면 일방적인 협상이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동창리 실험장도 닫았다. 그러나 제재 완화나 체재 보장 등 확약받은 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나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하는 협상이다.
이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다시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입을 꾹 닫고 있던 2018년 2월에도 평창으로 북한을 끌어냈던 문 대통령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계기 친서를 통해 우리 국민에게 위로와 응원의 뜻을 밝혀올 만큼 아직 온기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