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무더운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혹시 뜨끈뜨근한 국물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번주 개봉작 <킹콩을 들다>는 실화에 바탕한 영화입니다. 2000년 전국체전에서 총 15개의 금메달 중 14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가져간 시골 고등학교 소녀 역사들의 이야기가 모티브입니다. 88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했다가 부상으로 동메달에 그쳐 실의에 빠진 역도선수 이지봉(이범수)은 몇 년 뒤 시골 여중의 역도부 코치로 부임합니다. 허송세월하던 지봉은 소녀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동받아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합니다. 소녀들은 곧 재능을 발휘하지만, 세상은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킹콩을 들다>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스포츠 영화이자, <몽정기> 같은 성장 영화이며, <언제나 마음은 태양> 같은 교사 영화입니다. 모두 잘만 만들면 대중의 웃음보와 눈물보를 함께 자극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결과적으로 <킹콩을 들다>는 괜찮은 대중영화가 됐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불굴의 운동선수였으며 정 많은 스승인 이지봉을 부각시키기 위함인지, 제작진은 아이들이 고교에 진학한 뒤 새로 만난 코치를 엄청난 악당으로 묘사했습니다. 이지봉에게 질투를 느끼는 그는 이지봉의 옛 제자들을 학대합니다. 소녀들의 허벅다리에 무시무시한 방망이질을 해대고, 인격 모독도 서슴지 않습니다. 제작진은 관객의 거부감을 우려해 과도한 장면을 다소 들어냈다는 후문이 있지만, 보기에 불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삶은 극(劇)보다 극적입니다. 때로 우리의 인생은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입니다. 제가 기자가 된 뒤 안 사실은, 세상엔 너무나 흉하고 끔찍하고 무섭고 추해서 차마 기사로 옮길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겁니다.
<킹콩을 들다>의 제작진은 관객을 진하게 울릴 만한 ‘독한’ 얘기를 원했을 겁니다. 극장에서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그러나 우리 사는 세상은 이미 충분히 독합니다. 지금 여기에는 상상치도 못했던 하드코어, 익스트림, 막장 블록버스터 신작이 매일 개봉 중입니다. 뜨거운 세상에 뜨거운 국물을 대접할 생각일랑 제발 거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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