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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인터뷰에서 ‘녹음을 마칠 때쯤이면 베토벤의 얼굴이 보일 것 같다’고 했다.
“그랬나. 여전히 끝은 안 보인다. 정상인 것 같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보이고…. 빠르고 드라마틱한 악장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것이 베토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느린 악장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며 손사래를 치는 연약한 작곡가의 모습이 보인다.”
―프로코피예프와 쇼팽, 베토벤까지 한 작곡가의 피아노 주요 곡을 전부 녹음하며 연주해왔기 때문에 ‘전작(全作)주의자’로도 불린다.
“평생 한 사람만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인생이 힘들다. 단 한 명의 작곡가를 그리더라도 몸소 부딪치고 느끼면서 절망과 환희의 순간을 경험해야 한다. 베토벤만큼 집중적으로 농도 짙게 피부로 느끼고 표현해야 하는 작곡가도 드문 것 같다.”
“내가 직접 제안했다. 탐험가가 미지의 세계를 다 보고 싶어하고, 등산가가 히말라야 산맥을 등정하고 싶어하는 것과 같다.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체를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보다 2~3주 앞서 중국 광저우에서도 베토벤 소나타 연주회가 열린다.
“광저우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뒤, 중국 현지 음악계에서 요청이 많았다. 이달 16일부터 2주에 걸친 일정이다.”
―베토벤 32곡 연주회의 순서는 어떻게 짰는가.
―다음 등정은 어디인지 벌써부터 궁금해한다.
“기다려보자. 아직 베토벤도 다 넘지 못했는데….”
▶12월 8~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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